지난 4~5편에서는 변화하고 있는 제조 시스템의 모습, 가상 물리 제조 시스템 그리고 제조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중심 개체들과 그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요. 오늘부터는 2편으로 나누어 제조업의 종류와 다양한 업종들을 커버할 자동화 운용 기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통한 IT의 역할을 알아보겠습니다.
● ‘나’와 다른 ‘너’와의 상호 작용을 위한 IT의 역할 (4편) : http://blog.lgcns.com/685
● ‘나’와 다른 ‘너’와의 상호 작용을 위한 IT의 역할 (5편) : http://blog.lgcns.com/688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는가? : Discrete Vs. Process Manufacturing
한때, 우리에게는 ‘물건만 좋으면 됐지’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무어의 예견(Moore’s Law)처럼 제조 기업이 만들어야 할 물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그로 인해 설비와 시스템까지 커지고 복잡해졌습니다. 이처럼 확장된 시스템은 내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현재의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해 금방 싫증을 느끼고, 더욱 스마트한 물건을 찾는 등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제품 개발 및 가치 사슬의 여러 측면까지 간섭하기도 하죠.
사물인터넷(IoT)이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개별적인 자동화 설비 및 이들의 단계적 도입으로 인해, 현재 제조 시스템을 둘러싼 정보의 흐름과 관리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마치 과거 섬과 섬 사이의 통신처럼 아직도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이 산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재의 제조 시스템은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고 있을까요?
앞의 글에서는 주로 이산형 제조(Discrete Manufacturing) 제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밖에도 프로세스 제조(Process Manufacturing), 반복형 제조(Repetitive Manufacturing)1 , 복합형(Hybrid) 등 가공 절차의 방법 및 구성, 만드는 제품의 특징과 종류의 다양성에 따라 상이한 제조 방법 및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다음에 제시하는 표를 한번 살펴보시죠.
위에 제시한 표를 살펴보면, 이산형 제조와 프로세스 제조의 차이점을 알 수 있는데요. 각각의 핵심 개체의 성질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며, 이들을 구성하는 개체들의 관계, 제어 방법 또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제품과 산업에 따라 더욱 효율적인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구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던 두 가지 예를 통해 이산형 제조와 프로세스 제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바로, ‘개 집 만드는 공정’과 ‘어머니가 된장찌개를 끓이는 공정’인데요. 이 둘은 모두 단순하며, 가내 수공업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공정 자체는 전자는 이산형에 해당하고, 후자는 이산형과 프로세스가 섞여 있는 복합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시 1>
- BOM에 명시된 목재, 연결 부품 등의 기본 재료 및 수량을 준비한다.
- 설계도를 바탕으로 톱으로 각각의 부품(앞판, 옆판, 바닥, 지붕)들을 잘라내고, 표면 처리한다.
- 못 등의 연결/고정 부품을 이용하여 각 부분을 조립하여, 완성한다.
<예시 2>
- 레시피에 명시된 재료들을 썰거나 혹은 적당량을 덜어서 준비한다.(여기까지는 이산형)
- 냄비에 적당량의 물을 끓인다.(계량도구나 센서가 없을 때는 눈으로 물의 양을 맞추고, 물이 끓는 것을 확인)
- 준비한 포뮬러/레시피(조리자에 따라 다른 구성)대로 된장 및 기타 재료들을 순서대로 넣는다.
- 끓이면서 간을 맞추고 수시로 농도/재료의 익음 정도/맛을 확인한 후, 조리자의 판단으로 공정을 마무리한다.(직관적 판단)
<예시 1, 2>를 비교해 보면, 앞서 제시한 표에서도 정리했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가장 큰 차이는 <예시 1>은 세부 공정 사이가 어떤 사건(톱으로 재료를 잘라냄 등)에 의해 조금 더 확실히 구분된다면, <예시 2>는 그 사건이라는 것이 무척 애매모호하다는 것이죠. 이로 인해 세부 공정 혹은 단계들을 명확하게 구분 짓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간을 한다’라는 과정은 딱히 규정된 시간도 없고, 순서도 없습니다. 물론 맛을 보는 과정과 그 과정을 통해 간이 다 되었다는 이벤트로 그 과정을 끝낼 수는 있겠지만 말이죠. 그러나 사람이 직접 맛을 보지 않는 한, 아니면 맛을 판별하는 직접 센서가 있지 않는 한, 조리 시간/물의 온도/압력/농도 등의 간접 변수를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후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거나 공정을 끝내는 등의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위에 제시한 그림 중, 오른쪽은 프로세스형 제조인 페인트 제조 공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 분리-정제하는 장치 등의 여러 장치들 속으로 물질이 이동하는 사이 제품이 만들어집니다. 이는 각각의 설비 장치에 대해 여러 가지 제어를 할 수 있는 한편, 여러 장치가 서로 연관(예를 들어, 그림의 ‘장치 3’에서 생긴 물질이 그대로 파이프를 통해 ‘장치 1’로 이동하고, 출구는 ‘장치 2’로 연결)되기 때문에 개별적인 장치에 대한 제어와 프로세스 전체를 원활히 동작시키기 위한 제어가 함께 필요합니다.2
따라서 조금 더 확장된 규모의 이산형 혹은 프로세스 기반의 대량 생산, 아니면 다품종 생산을 위한 제조 시스템에서는 일련의 행위들을 막힘 없이 조정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데요. 사건들을 미리 정의하고, 규칙을 만들어서 말 그대로 적재적소에서 정해진 순서대로 생산을 시작하고, 마치며, 다른 제품을 위해 다음 순서를 준비(틀을 갈아 끼우고 셋업을 조정)하는 것이죠. 이는 전체적인 공장 운영의 효율적인 관리와 생산성 향상의 차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정보들입니다.
지금까지 이산형 제조와 프로세스 제조의 차이점을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이어서 다음 시간에는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 가능한 자동화 운용 기술 속의 IT 역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l 글 이승엽 연구원
현재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박사과정 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에서 학사를 마쳤으며, 미국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서 산업공학 석사/박사를 취득하였다. Manufacturing system control, supply chain system model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주요 연구 관심 분야는 Formal model based hybrid SoS engineering, 다양한 Simulation based methodology (agent, discrete event, system dynamics), manufacturing and supply chain systems, IT-based industry convergence, 그리고 Cyber-Physical System 등이 있다.
반복형 제조, 이산형과 프로세스에 공히 적용될 수 있는 대량 생산의 방법, 주로 한 가지 제품을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자동차 조립 라인이나, 포장 산업, 전자 제품, 소비자용 포장 상품 제조 등에 적용되며, 주기적인 계획과 그에 따른 생산량에 입각해 생산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로 Make-to-Stock 전략 하에 제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문으로]
출처: ‘자동 제어란 무엇인가’, 쓰지로 시메무라 저서(199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