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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오픈소스 기술 하나, 열 기업 안 부럽다?(上)

2020.12.21

90년대만 해도 오픈소스 기술로 사업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핵심 코드가 외부에 공개되어 있고, 무료로 제공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누구나 무료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을 누가 돈을 내고 이용하겠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매출을 꾸준히 만들거나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한 오픈소스 기업도 많아졌는데요. 자연스레 오픈소스 기업이 지속 가능하느냐에 대한 의문은 수그러진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오픈소스 기업을 상징하는 레드햇이나 깃허브가 인수되기도 하고, 새로운 오픈소스 스타트업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이 시장도 조금씩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오늘은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오픈소스 기업에 대해 2편에 걸쳐 알아보겠습니다.

오픈소스 업계에서 부는 투자 바람

벤처캐피털 기업 ‘엑셀(Accel)’ 은 2020년 9월 흥미로운 자료를 공개합니다. ‘오픈100(Open100)’이라는 오픈소스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 100개를 추린 목록입니다. 엑셀은 1983년부터 활동한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 회사로 ‘페이스북, 드롭박스, 스포티파이, 슈퍼셀’같은 대형 IT 기업에 투자해 성공한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엑셀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오픈소스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조사자료를 공개하고 직접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개발자가 아니라 투자 기업이 오픈소스 기술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오픈소스 기술이 사업 아이템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엑셀은 오픈100를 공개하면서 과거 데이터나 클라우드 분야에서 머물렀던 오픈소스 기술이 성장했는데, 최근에는 디자인, CMS, 협업 도구, 인공지능 분야까지 활약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l 엑셀이 공개한 오픈100 목록 (출처: Accel Blog)

그렇다면 최근 엑셀을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오픈소스 기업은 어떤 곳이 있었을까요? 여기에는 인수합병(M&A) 영역, 상장 그리고 비장상 영역으로 나눠집니다.

먼저 인수합병된 기업부터 보죠. 2018년에는 오픈소스 기업들의 인수 소식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그중 인수 가격이 가장 큰 기업은 레드햇입니다. 오픈소스 기업의 모범생과 같았던 레드햇은 매년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이며 상업적으로 안정적인 성공을 만들어낸 바 있습니다.

IBM은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던 참에 레드햇을 인수하면서 오픈소스 기술을 경쟁력으로 삼는 전략을 취합니다. 당시 IBM이 레드햇에 제시한 금액은 340억 달러(약 36조 원)로 기존 시장 평가 가격인 205억 달러 보다 더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현재 IBM은 인수 후에도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깃허브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8년 75억 달러(약 8조 원)라는 인수 가격을 제시하고 깃허브를 자회사로 편입합니다. 해당 인수로 MS는 오픈소스 역량을 늘리고, 개발도구 및 클라우드 기술에 깃허브 기술 자산과 사용자를 연결할 수 있었죠.

깃허브는 업계 영향력은 강했지만 기업용 서비스에서 충분한 수익을 올리지 못한 상황이었는데요. 그래서 미래에 계속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 섞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MS에게 인수 당하면서 깃허브는 매출 걱정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세일즈포스도 같은 해 오픈소스 기업 뮬소프트(MuleSoft)를 65억 달러(약 7조 5천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뮬소프트는 현재는 세일즈포스의 자회사로 형태로 남아있으며 API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나 데이터 등을 연결해 주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빅데이터 오픈소스 기술을 제공하는 클라우데라는 경쟁 업체인 호튼웍스를 52억 달러(약 5조 6천억 원)에 인수했으며, 어도비는 오픈소스 기반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마젠토(Magento)를 17억 달러(약 1조 8천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VM웨어는 쿠버네티스(Kubernetes) 기업용 서비스 기술을 제공하던 헵티오(Heptio)를 5,500만 달러(약 598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헵티오는 2016년 설립된 비교적 신생 기업이었으나 오픈소스 컨테이너로 인기가 높은 쿠버네티스의 공동 개발자 세 명 중 2명이 포함돼 있어 주목을 받고 있었다고 하네요. 헵티오를 인수한 덕에 VM웨어는 쿠버네티스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꼭 IT 기업이 아니더라도 투자 기업이 오픈소스 기업을 인수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리눅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세(SUSE), 드루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액콰이어(Acquia), 데브옵스 및 자동화 기술을 제공하는 소나타입(Sonatype)같은 기업은 현재 투자 회사에 인수된 상태입니다.

거대 자금을 투자한 받은 뒤 상장(IPO)을 해서 일명 엑싯(Exit)를 한 사례도 많습니다. 몽고 DB, 피보탈, 엘라스틱은 상장한 이후에도 꾸준히 주식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비상장 기업 중에는 오픈소스 데이터 기술을 제공하는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나 컨플라이언트(Confluent), 워드프레스 블로그 기술을 제공하는 오토매틱(Automattic), 깃 기반의 소스코드 관리 도구를 만든 깃랩(Gitlab)이 높은 투자금을 받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 엑싯(Exit):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

l 다양한 분야에서 오픈소스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 (출처: Accel 발표 자료)

꼭 투자금이 아니라더라도 독특한 방식으로 자금을 모으는 곳도 있습니다. 플라서블(Plausible)은 웹사이트 방문 분석 서비스를 오픈소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구글 애널리틱스의 대체 서비스로 보안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들은 개인, 기관, 벤처캐피털을 포함해 개별적인 투자를 일절 받지 않고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는데요.

오로지 월 사용료로 플라서블 개발자들에게 필요한 비용을 제공하겠다고 계획입니다. 이런 야심 찬 목표는 플라서블 기술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듯합니다. 플라서블 유료 서비스 개시 이후 사용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 12월 기준 월 유료 사용자는 1,269명이고, 월 수익은 7,680달러(약 833만 원)를 벌었다고 합니다.

젯브레인(Jetbrains)도 투자 유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젯브레인은 오픈소스 기반 자바 개발 도구와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 언어 코틀린 개발사입니다. 2000년 설립된 이후 20년 동안 초기 창업 자금을 제외하고 외부 투자를 받지 않는 문화를 고집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신 유료 고객에게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식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해내고 있습니다. 2018년 매출은 61억 코루나(약 3천억 원), 순이익은 22억 코루나(약 1,100억 원)였으며 다양한 나라에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 코루나: 체코에 본사가 있어 체코 화폐인 코루나로 사용한다.

오늘에 이어서 다음에는 유럽에서 성장하는 오픈소스 스타트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글 l 이지현 l 테크저널리스트(j.lee.reporter@gmail.com)


[참고 자료]

챗봇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