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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유통 업계에 불고 있는 새로운 로봇 자동화의 바람

2019.08.14

유통 업계에 또 다른 기술 혁신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최근 프라임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식료품의 온라인 주문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공산품과 달리 식료품은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결정적인 하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온라인 주문을 꺼리는 경향이 농후합니다.

아마존은 프라임 고객이 식료품을 주문하면 식료품 전문 매장인 홀 푸드(Whole Food)를 통해 2시간 이내에 주문 상품을 배송해주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이 같은 전략은 도심에 있는 많은 중소형 식료품점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icro-fulfillment center)’의 활성화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풀필먼트 센터는 상품 보관 및 적재, 재고 관리, 포장, 출하, 배송 등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최근 아마존이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에 구축한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는 기존 풀필먼트 센터에 비해 20%가량 면적이 작습니다.

면적은 작지만, 고도로 자동화되어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지요. 좁은 공간에 사람보다 2배 많은 로봇이 배치돼 기존 풀필먼트 센터보다 50% 이상 많은 상품을 처리한다고 합니다. 이 슈퍼 콤팩트형 풀필먼트 센터는 뉴욕 도심 가까이에 위치하면서 뉴욕 아파트 거주자 등의 온라인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이 같은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다른 도시로 확산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소매 유통 업체들이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물류 센터를 두려는 움직임은 전반적인 추세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존스 랭 라살레(Jones Lang LaSalle)’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에서 1백만 평방 피트의 대형 부동산 리스가 지난해 전년 대비 26.1% 감소했지만 10만 ~ 50만 평방 피트의 부동산 리스는 하락률이 3.6%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또는 물류 센터 구축 움직임은 최근 유통 업계의 큰 흐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소비자로부터 가까운 도심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지어 고객들의 주문에 바로 대응하는 유통 시스템 구축하는 게 미래의 유통 시장 장악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신선도를 생명으로 하는 식료품은 아직 온라인 주문 비율이 높지 않지만, 점차 높아질 것이 분명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의 활성화가 꼭 필요해 보입니다. 

이스라엘 물류 로봇 커먼센스 로보틱스 사례

이스라엘 물류 로봇 스타트업인 ‘커먼센스 로보틱스(CommonSense Robotics)’는 얼마 전 텔아비브 고층 빌딩 지하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했습니다. 지하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한 것은 커먼센스 로보틱스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커먼센스 로보틱스는 왜 건물 지하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한 것일까요. 커먼센스 로보틱스가 지하에 구축한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는 원래 지하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이었습니다. 커먼센스는 지하 주차장을 1,672제곱 미터의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로 개조하고 이스라엘 드러그 스토어 ‘슈퍼 팜(Super-Pharm)’의 물류 시설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미 ‘슈퍼 팜’과 제휴해 작년 10월 텔아비브에 세계 최소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한 바 있습니다.

커먼센스 로보틱스의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출처: 커먼센스 로보틱스)

커먼센스 로보틱스는 소매 유통점들이 월마트, 아마존 등 대형 유통 업체들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선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해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해 고객이 제품을 주문하면 1시간 이내에 물건을 배송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커먼센스 로보틱스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공간은 도심 내 대형 건물의 주차장입니다. 향후 10년 내 자율주행 자동차가 본격 보급기를 맞으면 굳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도심 내 주차 공간이 유휴 시설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이 유휴 공간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하면  유통 업체들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커먼센스 로보틱스는 또한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에 적합한 물류 로봇도 개발해 제안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의 새로운 개념 등장

캐나다 캘거리에 위치한 공급망 자동화 분야 스타트업인 ‘아타보틱스(Attabotics)’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또는 물류 창고의 수직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습니다. 주차 타워와 유사한 접근법입니다.

로봇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축된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에는 로봇 셔틀이 배치돼 자동화 물류 창고 시스템 안을 이동하면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찾아 가져옵니다. 전통적인 물류 센터에 필요한 노동력의 20%, 공간의 15% 정도만 있으면 수직적인 물류 시설의 운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타보틱스의 물류 창고 시스템 (출처: 아타보틱스 홈페이지)

미국 식음료 분야 슈퍼마켓 사업자인 ‘웨이크펀 푸드(Wakefern Food)’는 유통 자동화 시스템 전문 업체인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스(Takeoff Technologies)’와 제휴를 통해 뉴저지주 클리프튼(Cliffton)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웨이크펀 푸드는 숍라이트(ShopRite),더 프레시 그로서(The Fresh Grocer), 프라이스 라이트 마켓플레이스(Price Rite Marketplace), 디어본 마켓(Dearborn Market) 등 소매 유통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대형 유통 업체입니다.

웨이크펀 푸드는 뉴저지 클리프톤에 위치한 ‘숍라이트’ 매장 뒤편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할 계획인데 이곳에서 온라인 고객의 주문 물량을 주로 소화할 예정입니다. 웨이크펀 푸드는 향후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하는 고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뉴저지 외의 다른 지역으로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의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개념 (출처: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스는 이미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가장 큰 히스패닉계 식료품 업체 중 한 곳인 세다노 슈퍼마켓(Sedano’s Supermarkets)과도 제휴해 로봇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하이퍼로컬(Hyperlocal)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했습니다.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스는 세다노 슈퍼마켓과 로봇 슈퍼마켓을 구축했다. (출처: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

테이크오프의 하이퍼로컬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는 히스패닉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이애미 지역 14개 세다노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소비자 픽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AI 로봇이 단 몇 분 안에 최대 60개 품목의 슈퍼마켓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세다노는 그동안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부상으로 곤란한 위치에 있었는데 로봇 풀필먼트 센터의 도입으로 고객들의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고 대형 유통사업자들의 공세에도 맞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를 갖추게 됐습니다.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스(Takeoff Technologies)’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식료품 그룹 아홀드 델하이즈(Ahold Delhaize)와도 협력해 유통 분야의 혁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홀드 델하이즈는 미국에서 피팟(Peapod), 스톱 앤 숍(Stop & Shop), 자이언트 푸드(Giant Food), 푸드 라이언(Food Lion), 한나포드(Hannaford) 등 식료품 체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내 매출이 전체 그룹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습니다.

아홀드 델하이즈는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스와 협력해 온라인 주문과 픽킹 업무를 자동화해 배송 시간을 크게 줄이겠다는 전략입니다. 기존의 ‘스톱 앤 숍’ 등 미국 식료품 체인점에 미니 ‘로봇 슈퍼마켓’을 구축해 고객들의 온라인 주문을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의 자율주행 자동차 도입

지금까지 익일 배송을 추진했던 식료 품점들이 로봇 슈퍼마켓의 도입으로 당일 배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스는 미래에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에 자율주행 자동차도 도입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해 배송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습니다.

미국 거대 슈퍼마켓인 ‘크로거(Kroger)는’ 20개 배송 센터에 영국의 온라인 슈퍼마켓인 오카도(Ocado)의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카도가 2년 안에 첨단 로봇 자동화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크로거는 배송센터의 로봇 자동화를 통해 월마트, 아마존 등 거대 사업자와 본격 경쟁을 벌인다는 복안입니다. 호주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콜스(Coles)’도 오카도(Ocado)와 2023년까지 로봇 창고 구축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월마트는 ‘얼러트 이노베이션(Alert Innovation)’과 제휴해 뉴햄프셔주 살렘에 로봇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살렘 매장에 2만 평방 피트의 공간을 추가로 마련해 ‘알파봇(Alphabot)’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알파봇은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자동 이동 카트를 통해 주문한 물건을 픽업 지점까지 가져오고 종업원이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시스템입니다. 알파봇 시스템이 구축되면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자동차를 타고 와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레인에서 수령할 수 있습니다.

월마트는 또한 뉴욕 브롱크스(Bronx)에 지난해 11월 20만 평방미터 규모의 물류 창고를 오픈했습니다. 자동화 설비로 새롭게 무장한 이곳 물류 창고는 월마트가 지난 2016년 인수한 후 사업 실적이 저조한 제트닷컴의 풀필먼트 센터 역할을 합니다. 고객의 수요에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도입을 통해 온라인 주문량이 급격하게 감소한 제트닷컴의 회생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월마트의 알파봇 시스템 (출처: 월마트)

유통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테크놀로지 분야의 유통 혁신이 앞으로 유통 산업계의 지형도를 크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삶도 크게 바뀔 것입니다. 변화의 범위와 강도를 예상하는 게 쉽지 않지만, 유통 업계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유통 사업자는 한순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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