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시티라고 하면 ‘리빙랩(living lab)’ 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리빙랩’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인 의미로는 ‘일상생활의 실험실’이란 뜻인데요.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혁신을 하는 플랫폼을 말하며, 공공과 민간 그리고 시민의 협력체계 또는 과학과 사회현장의 통합모델을 시도하는 과학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을 의미하는 새로운 용어입니다.
최초에 리빙랩 개념은 2004년 미국 MIT의 윌리엄 미첼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미첼 교수는 대부분 과학 기술은 몇몇 뛰어난 과학자들의 능력에 의해 이뤄진 공급자 중심의 결과물이라서 갈등이나 안전, 환경과 같은 사회적 문제의 시급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아파트에 아이티 기기와 센서를 설치하고 사용자들을 모아 살아보게 하는 ‘살아 있는 실험실’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양로원이나 장애인 시설, 학교 등 삶의 현장에 새로운 기술을 심고 기술개발자가 상주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철저한 수요자 중심의 과학 기술을 직접 실현한 것입니다.
이때부터 유럽은 사용자들이 관찰 대상이 아니라 직접 참여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의 주체가 되는 적극적인 리빙랩 개념으로 발전시켰고, 2006년 19개 리빙랩이 연합해 결성한 유럽 리빙랩 네트워크(ENoLL)는 현재 54개국 766개로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도 서울시, 성남시 등에서 정기적으로 리빙랩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리빙랩이 이슈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자들은 과학 기술 발전에 따른 ICT 수요와 사회 수요와의 연계가 필요한 시점에서, 리빙랩은 그 연계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하며,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중앙정부가 추진하려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과 기술 사업화 및 실증사업들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러한 이유로 인해 더욱더 리빙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리빙랩 사례
국내에서는 비단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새로운 사회 혁신 모델로 리빙랩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은 특히 친환경 도시 설계와 도시재생을 위한 리빙랩 추진도 시도하고 있어서, 사용자 참여를 더욱 강조하면서 고도화와 확장을 꾀하는 등 개발 성과의 수용성과 활용성을 함께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리빙랩은 사용자의 역할과 행동을 강조하고 있는데, 테스트 단계 외에도 사전 기획, 개발과정의 피드백 등 다양한 단계에서 참여하고, Public-Private-People Partnership(PPPP) 모델을 통해 리빙랩 플랫폼 내에서 참여와 협력을 확대하고 내실화함으로써, 연구개발 조직, 기업, 정부·지자체, 시민 등 참여 주체들의 공통목표를 공유하게 하며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하려는 데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빙랩은 참여 행위자, 조직화 방식, 중심 행위자 등에 따라 리빙랩의 유형이 구분되는데, 리빙랩의 유형에 따라 인프라, 거버넌스, 전문조직•시민사회 결합 방식 등으로 나뉠 수 있으며, 이들은 각각 다르게 조직화하며 개발된 성과의 활용 목적 또한 달라집니다. 정부, 연구기관, 기업, 사용자는 리빙랩의 중심주체로서 각자의 이해관계와 목적에 따라 서로 리빙랩의 목표, 개발구조를 조직화하게 됩니다.
리빙랩의 조직화 방식에 따라 실제 지역 기반의 실험 또한 차이를 보이는데, 협업 클러스터는 지역의 경제적 요인이 강하게 반영된 모델로서, 생산자들이 가진 자원의 한계를 타 구성원과의 연계를 통해 극복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전문화된 커뮤니티는 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하며, 기술의 발전을 통해 현실 공간과 결합해 리빙랩 활동의 잠재력을 강화합니다.
리빙랩의 주요 국내 사례로는 북촌 리빙랩, 성대골 리빙랩, 대전의 건너유 리빙랩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각 사례의 구체적인 목적 및 과정은 서로 다르나 리빙랩을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습니다.
북촌 리빙랩은 지역 주민이 문제 발굴부터 기술 실험 및 확산•적용까지 리빙랩 과정 전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북촌 리빙랩은 사물인터넷 기술(IoT)을 주로 활용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과 협업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서울시에서 구성한 특별 그룹이 리빙랩을 총괄하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성대골 리빙랩은 지역 주민의 에너지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데, 에너지와 관련이 깊은 태양열 온풍기 설치 등 적정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성대골 주민은 전환 협의체를 조직하고 리빙랩 운영을 총괄할 뿐만 아니라 자치구와의 의견 조율 및 재정적 지원을 얻는 중간지원조직 역할도 수행하고 있으므로, 커뮤니티가 스스로 조직화한 뒤 행정의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유도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점이 특징입니다.
대전 건너유 리빙랩은 지역 내 소규모 사회 기술 커뮤니티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외부의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지역 내 소규모 사회기술 커뮤니티가 시의 재정적 지원 및 지자체와의 소통을 유도하고 있는데요. 특히 시민사회 스스로 조직화하고 지자체와 자치구에서는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는 리빙랩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최근 국토부에서 발표된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에 의하면 점차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도출한 도시의 문제를 체감형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려는 ‘스마트 시티형 도시재생’을 뉴딜 사업 전반으로 확산시킨다고 합니다.
국토부는 또한 스마트 시티형 뉴딜 사업을 매년 5곳 이상 지정하고 집중 컨설팅,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활성화하려는 계획을 수립하였는데요. 지정된 지역은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를 기반으로 민간(스타트업, IT 기업 등), 학계 등이 참여 스마트 거버넌스 구축을 지원하고 주민 참여,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스마트 기술 기반 해법(스마트 솔루션)을 접목한 재생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또한, 스마트시티 전반적인 과정에서 민간 참여의 장을 확대하고 특히 청년 스타트업 등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창업 생태계 조성할 계획인데, 리빙랩에 스마트시티 관련 스타트업 기업 등이 재생 계획을 제안하고 사업 시행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민간 공모를 추진하고, 스마트 인프라, IoT 등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마을 단위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개방하여 비즈니스 모델 조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최근 뉴딜 시범 사업으로 선정된 조치원의 사례를 보면, 지역 대학(고려대, 홍익대) 등의 청년들과 민간 기업이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상권 분석, 창업 지원 교육 등을 지원하는 빅데이터 기반 IoT 청년창업 플랫폼을 구축하는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 리빙랩 사례
해외에서는 주로 헬스케어, 웰빙, 사회 혁신과 통합 및 스마트시티 분야의 리빙랩 등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 리빙랩 네트워크(ENoLL)에 의하면 구체적으로 헬스와 웰빙이 52%, 사회혁신이 41%, 사회 격차 해소가 39%, 스마트시티가 33%, eGov와 eParticipation이 18%, 문화와 창조분야가 17% 등으로 분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미네소타 ‘Well Living Lab’은 헬스와 웰빙 분야의 대표적 사례로 실내의 다양한 환경(조명, 온도)과 건강의 관련성을 연구하기 위해 시작되었는데요. 이 연구를 위해 Delos, Mayo, Clinic 등과 공동으로 실내의 다양한 환경에 대해 컨트롤이 가능한 주거시스템을 구축하고 실내 환경 변화에 따른 신체의 반응변화에 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벨기에의 ‘Licalab’은 암, 재활치료 보조기기, 자세교정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질병 예방을 위해 관련 테스트 수행 및 의료진과 정보 공유 등을 수행하는 스마트홈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주로 질병 예방과 치료 보조 등을 위한 디바이스 개발에 리빙랩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Gov Living Lab with IMEC’를 운영하면서 시민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 개발과 테스트를 수행하고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공무원들의 혁신적 마인드 제고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핀란드의 ‘KYKY Living’은 ESPOO 지역의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한 리빙랩으로, 분야와 조직의 경계가 없는 협력과 공동가치 창출을 강조하면서 학교, 교육 기관, 관련 부처 공동으로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Smart Kalasatama Living Lab’이라는 스마트시티를 위한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2030년까지 3만 명이 입주 예정인 도시의 실험실 건설 및 혁신클럽을 통한 아이디어 발굴과 적용 실험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운영될 예정입니다. 주로 도시재생을 위한 예술과 디자인, 그리고 ICT 등이 잘 결합하도록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독일의 ‘Smart Live Livning Lab’은 사물인터넷과 스마트 홈에 관한 것을 연구하는 것으로, 독일의 스마트한 에너지 로드맵 확산과 지원을 위해 통합적 물질 관리 및 다양한 중소기업 제품의 사용성 테스트를 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즉, 중소기업들의 제품이 시장에 나가기 전, 사용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최근 이스탄불에서는 청력 상실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한 리빙랩 ‘Basaksehir Living Lab’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노이즈 센서를 통해 아기 울음소리, 화재경보 소리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개발 등에서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하여 협력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해외 사례는 아래 ‘표 1’에 정리했습니다.
리빙랩 추진 시 고려사항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리빙랩은 스마트시티에서 중요한 구현 기술임과 동시에 도시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활동임을 알 수 있는데요. 스마트시티가 우리나라 국가 프로젝트로 지정되어 추진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활성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하는 개념인 만큼 추진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을 것입니다.
먼저, 지역 혁신을 위해 리빙랩 영역을 점차 확대해야 합니다.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리빙랩을 통해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새로운 사회 및 기술 시스템을 실험하고 적용하고 있으나, 실험과 학습을 기반으로 복지•의료•에너지•교통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고, 기술 실증과 사업화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리빙랩의 홍보, 영역의 확대, 그리고 규모의 확대도 필요합니다.
둘째, 리빙랩 경험을 참여 주체들 간 공유해야 합니다. 현재 리빙랩 사업은 대체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므로 서로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여 상호 간 연계 이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로 인한 문제점도 계속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즉, 엇박자가 계속 나는 것인데요. 리빙랩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여 참여 주체들 간 리빙랩 네트워크 구축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일관성이 있고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를 중심으로 리빙랩과 유사한 각기 진행되다 보니 관련 사업 간의 연계 및 협력은 미흡한 편인데, 상호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리빙랩의 국내 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현재 리빙랩 사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이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미흡한 상황이므로, 국내 활성화를 위해 제도마련이 필요합니다. 즉, 리빙랩을 통한 제도화 창구 마련 등 좀 더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리빙랩은 ‘Fab lab’ 이라고도 하며 실제 우리의 생활 현장에서 사용자와 생산자가 공동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실험실이자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자는 개념입니다. 과거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우자’라는 유명한 캠페인처럼 리빙랩은 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습니다.
리빙랩은 사용자의 수요와 참여를 기반으로 참여 주체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시민사회, 협동조합 등 사회적 혁신 활동 주체를 육성하고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플랫폼으로 구성되어야 활용 가능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스마트시티의 개념입니다.
우리는 스마트시티를 지향하고 보다 편리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라이프란 무엇일까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화려하고 다양한 기술들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고 있고 또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시민들의 의식들도 성숙되어 가고 있지요. 따라서 리빙랩이란 다양한 기술과 시민들의 의식과의 융합을 통해 스마트한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자는 개념이니 진정 스마트시대에 스마트한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스마트한 방식이 모이면 스마트시티는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닐까요?
글 l 조영임 교수 l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고려대학교에서 컴퓨터학과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Univ. of Massachusetts에서 post-doc을 했으며 Purdue대학교의 교환교수로 근무하였다. 현재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분야는 인공지능, 플랫폼, IoT, 스마트 시티, 전자정부 등 인공지능의 기본연구와 융복합 연구 등이다. 현재 지능형 융복합 스마트시티 플랫폼과 지능형 빅데이터 표준화 기술, 머신러닝에 대한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