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침체기에 이르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 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파괴적인 힘과 혁신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요. 가상화폐 시장이 침체하는 일명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많은 벤처캐피털의 자금이 가상화폐에 몰리고 있습니다.
금융과 게임을 비롯해 많은 산업에서 블록체인 활용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웹3.0 시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앙화 서비스와 플랫폼 같은 중개자를 제거하고 혁신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가장 중앙화된 산업, 음악 산업
웹3.0의 개념이 필요한, 가장 중앙화된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음악 산업인데요.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스트리밍 플랫폼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되어 음악 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튠즈(iTunes) 같은 음악 서비스는 물론 스포티파이(Spotify),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봤죠.
전 세계적으로 총 4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스포티파이는 현재 음악 스트리밍 분야의 선두 플랫폼인데요. 스포티파이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올리지만 정작 창작자에게는 그 수익의 일부만 지급합니다. 주요 음반사는 음반을 발매하고 마케팅 등 창작자를 위한 지원 활동을 하고, 음악 창작자의 수익에서 50~80%에 달하는 수익을 가져갑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대부분의 창작자는 음악으로 돈을 벌기가 어려운데요.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애플뮤직이 스트리밍당 약 0.01달러를 아티스트에게 지급하는 반면, 스포티파이는 그보다 더 적은 0.003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웹2.0 시대에 등장한 스포티파이, 판도라(Pandora)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초창기 시절을 떠올려보면, 당시에도 웹3.0이 도입되기 시작하는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대중들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었죠. 많은 음악 팬들은 스트리밍 서비스 모델이 제공하는 음악의 저작권, 소유권 부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누군가는 음질에 대해 불평했고, 또 누군가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MP3 플레이어에 저장된 자신의 개인화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죠.
하지만 모든 산업의 발전과 유사하게 음악 산업도 어느 순간 변화의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MP3 파일을 CD에 복제하거나 MP3 플레이어에 옮겨 듣는 방식이 익숙했던 사람들이 점차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기술의 발전과 편리함이 기존의 방식을 혁신했기 때문입니다.
웹3.0 시대를 맞이하는 음악 산업
웹2.0 시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우리가 음악을 듣는 방식을 변화시켰지만 새로운 문제도 가져왔습니다. 바로 중앙 집중식 플랫폼 모델을 통해 음악 제작자의 존재와 콘텐츠를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와 함께 최근 몇 년 동안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데이터 프라이버시나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다른 문제도 생겨났습니다.
웹3.0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을 통해 웹2.0이 가지고 있던 플랫폼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웹3.0의 기술을 활용할 경우 공정한 수익 배분이 가능하며 음악의 소유권을 명확하게 추적하고 구분할 수 있는데요. 웹3.0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미 음악 산업을 재편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를 살펴보겠습니다.
메타버스 내에서 음악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접근성’입니다. 아티스트 중 대부분은 주수입을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닌 오프라인 공연에서 얻습니다. 하지만 무명 가수가 공연을 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오프라인 현장에 찾아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열리는 음악 이벤트를 개최하고 참여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반면 메타버스 내에서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실제감을 느낄 수 있는 공연에 접근하기가 쉬워집니다. 완전히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세계가 열릴 수 있는 것이죠. VR의 솔루션은 집, 여행지 등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음악 산업의 또 다른 패러다임 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음악 산업을 바꿀 웹3.0 기술 중 다른 하나는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P2P(peer to peer) 방식으로 인해 아티스트는 다양한 중개자 없이도 팬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데요. P2P를 활용할 경우 팬이 음악 콘텐츠를 구매하면 아티스트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게 됩니다. 이로 인해 블록체인은 ‘아티스트가 만드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기술의 토대가 될 수 있죠.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음악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거나 저작권료를 아티스트와 나누는 등 새로운 방식의 정산 체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자체의 고유한 특성은 블록체인에 포함된 특정 행위자는 물론 콘텐츠의 소유권과 가치에 투명성과 무결성을 제공한다는 것인데요. 블록체인을 통해 음악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면서 이더리움(Ethereum, ETH)을 비롯해 니어(NEAR), 솔라나(Solana, SOL) 등 다양한 블록체인 메인넷에 음악 관련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NFT 음악과 음악 유통의 미래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대체불가능한 토큰인 NFT와 새로운 스트리밍 방식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음악 계약 방식과 다르게 NFT는 스마트 계약 형태로 효율성이 높은 라이센싱 방법을 제공하는데요. 아티스트는 음악 NFT를 발행하고, 이 NFT를 팬에게 직접 판매합니다. 이때 아티스트는 판매 수익의 100%를 가져갈 수 있는데요. NFT를 판매한 수익이 1년 동안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받은 수익을 훨씬 웃도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음악 NFT 플랫폼 중 하나인 카탈로그(Catalog)에서 NFT를 판매한 아티스트는 스포티파이에서 받은 수익의 10배 이상 수익을 올렸습니다. NFT를 판매한 이후에도 2차 시장에서 NFT가 다른 사람에게 판매되면 아티스트는 로열티 이익을 얻을 수도 있죠. NFT를 판매할 때 저작권, 소유권을 100% 판매하지 않고 아티스트 30%, 구매자 70%의 형식으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음악 NFT 플랫폼으로 로열(Royal), 카탈로그를 비롯해 여러 플랫폼이 등장해 경쟁하고 있는데요. 유명 가수도 자신의 음악을 NFT로 제작해 판매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NFT를 구매하면 콘서트 VIP 티켓과 함께 온라인 화상 채팅을 하는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하는데요. 음악 NFT 플랫폼은 저작권료와 같은 수익 측면에 더해 아티스트와 팬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도 겸하고 있는 셈입니다.
NFT와 함께 음악 스트리밍 방식과 수익 배분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탈중앙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오디우스(Audius)는 음악을 들으면 청취자에게도 수익을 제공하는데요. 아티스트는 무려 90%의 수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스트리밍 플랫폼과 비교할 수 없는 비율인데요. 이는 오디우스가 중앙 집중식 스트리밍 플랫폼이 아닌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화 스트리밍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오디우스는 전체 음악 수익의 90%를 아티스트에게 제공하고 나머지 10%는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노드 운영자에게 지급합니다. 모든 아티스트는 오디우스에 자신의 음악을 업로드할 수 있는데요. 음악이 스트리밍 되면 오디우스 자체 토큰인 오디오($AUDIO)로 보상받습니다.
이는 아티스트와 팬이 스트리밍 플랫폼에 함께 기여하면서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음악을 기존의 유통사, 레이블을 거치지 않고 생태계 내에서 직접 아티스트와 팬이 소비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움직임에 케이티 페리(Katy Perry), 체인스모커스(The Chainsmokers),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 등 유명 뮤지션도 오디우스에 자금을 투자하며 동참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만드는 갈라(Gala)는 음악 NFT 플랫폼인 갈라 뮤직을 만들고 음악 스트리밍 구조를 바꾸려고 하는데요. 일반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의 음악이 서버에 자체적으로 보유한 음원을 스트리밍하는 방식인 반면, 갈라 뮤직은 음원을 NFT로 만들고 NFT 소유자가 자신의 블록체인 노드에서 음악을 직접 호스팅하는 방식입니다. 제공하는 음악이 늘어날수록 노드가 늘어나고, 노드를 보유한 참여자가 늘어나면 갈라 뮤직 생태계에 참여하는 사람과 매출 등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이죠. 쉽게 말해 NFT 소유자가 음악 스트리밍의 일부분이 되어 스트리밍 생태계에 기여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음악 NFT 플랫폼뿐만 아니라 직접 음악을 만들어 NFT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바로 아르페지(Arpeggi)인데요. 아르페지를 통해 온라인에서 음악을 제작하고 바로 NFT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음악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다른 사용자가 만들어 놓은 샘플 등을 이용해서 음악 NFT를 만들 수 있죠. 이렇게 제작한 음악 NFT는 제작자의 소유가 되어, 본인이 원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음악 산업의 혁신은 가능할까?
음악 NFT를 비롯해 새로운 방식의 분산화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산업을 바꿔가고 있지만 반대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제작된 음악에 대한 저작권, 소유권에 대한 법적 규제와 해석이 나라별로 다르기 때문이죠.
또한 인지도가 높은 유명 아티스트는 음악 NFT를 만들지 않더라도 이미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굳이 웹3.0 음악 산업의 혁신에 동참할 이유는 아직 없는 것이죠. 하지만 더 많은 팬과 청취자가 웹3.0 음악 생태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유명 아티스트의 음악을 필요로 합니다.
몇몇 플랫폼이 음악 산업을 독점한 채 창작자에게는 발생한 수익에서 10%조차 되지 않는 수익을 배분하는 지금의 시스템에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물론 단번에 이러한 구조와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요. 아티스트와 청취자, 팬이 판단했을 때 더 합당한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이때, 음악 스트리밍이나 NFT의 기술적인 진보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지금의 음악 산업의 구조에 큰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글 ㅣ 윤준탁 ㅣ IT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