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씨티은행이 펴낸 [머니, 토큰, 그리고 게임]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글로벌 토큰증권 산업 규모는 4~5조 달러(한화 5200~6500조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재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약 30조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연평균 약 30배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데요. 특히 토큰증권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성장 인프라로 주목받으며,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빅 블러(Big Blur) 시대의 메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토큰증권이란 디지털 자산 산업과 종전 증권산업의 융합을 의미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초한 수평·분권화 플랫폼으로 토큰 산업이 종전 인프라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데요. 블록체인 기술은 웹 3.0과 챗GPT 등 인공지능을 활용해 처리 속도, 처리 용량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종전 인프라의 단점인 수직·중앙 집권화 플랫폼을 뛰어넘어 독과점 이슈까지 해소하고 사회적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또한 토큰증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보유 자산을 토큰화할 수 있다면 일종의 자산 유동화 증권(Asset-Backed Securities, 기업이나 은행이 보유한 자산을 근거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새로운 유동성 확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금리인상 시기에 많은 금융사가 STO (Security Token Offering, 토큰 증권 발행)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유관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의 토큰증권 거래소는 63개로 2021년 대비 12배 이상 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에 이어 아시아 국가의 시장 진출이 활발하다는 점인데요.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금융허브로 올라선 싱가포르가 토큰증권 발행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가상자산 관련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STO 시장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STO 규제 정비가 가시화되면서 ‘투자계약증권’ 등 발행이 어려웠던 비정형 증권(부동산 미술품 음원 지식 재산권 등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을 연계한 금융상품이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국내 STO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증권사에서 토큰증권 관련 사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TO를 상용화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재한 현실입니다.
한국 STO 전망은 LG CNS 등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 기술 기업이 STO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어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우리나라 토큰증권은 K-POP, 예술품 및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한 조각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갖는데요. 민관이 협력해 STO 시장을 키워야 하고, 이를 K-한류처럼 특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른바 K-토큰증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가장 시급한 것은 STO 제도 기틀 마련입니다. 한국 정부는 하반기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지원해 2024년부터 ‘한국형 STO’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지난 2월 6일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 (Security Token)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 및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발표의 후속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분산 원장 발행을 증권 발행의 한 방법으로 인정하고,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개정 전자 증권법에 담기로 했습니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아니라도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직접 토큰증권을 등록/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라이선스입니다. 그리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토큰증권을 유통하는 ‘장외거래 중개업’ 신설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이후 장외거래 중개 인가 신설, 소액투자자 매출 공시 면제, 디지털 증권시장 신설 등을 후속으로 담기로 했습니다.
법안 개정이 완료되면 STO는 비정형 증권 중 하나인 투자계약증권 발행으로 취급되며, 한국예탁결제원이 증권 발행 심사와 총량관리를 맡게 됩니다. 발행총량을 전자등록기관이 점검·관리하고, 분산 원장에 기재된 투자자를 권리자로 추정하는 등 토큰증권에 투자자 재산권 보호 장치를 적용하게 됩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STO 투자가 수익증권에 비해 도산 절연(기업 도산에 투자자 자산이 영향을 받지 않는 것), 비정형성 측면에서 투자 위험이 크다고 평가되는 만큼, 개인투자자 투자 한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할 예정입니다.
STO 인프라 마련을 위해서는 가상자산의 제도적 기틀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를 충족시키려면 국제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야 하는데요. STO를 가상자산 시장과 분리해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는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투자자 보호와 블록체인 산업의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G7은 가상자산 규제 관련해 상당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최근 G7 재무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및 탈세를 포함한 가상자산과 관련된 잠재적 위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G7 국가가 미래에 적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 규제를 우리나라도 따라야 할지, 혹은 별도로 특별법을 제정할지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구체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마다 고유한 우선순위와 우려 사항이 있기 때문에 특정 규제 접근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관련된 문제의 복잡성과 국제 조정의 필요성으로 규제 변화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20년 특금법(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해당 거래에 관한 법령을 별도로 제정했는데요. 특금법에는 외환 거래법, 증권거래법,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등이 반영돼 가상자산거래소 및 사업자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상세 가이드라인은 아직 정립되지 않아 시장의 혼선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제도화에 대한 행보가 STO 시장부터 게시된 만큼 새로운 법적 문제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그간 대부분의 국가는 가상자산 제도화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했는데요. 일부 국가들은 가상자산을 합법적으로 인정 및 규제하고 일부 산업 분야에서 사용을 허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습니다.
STO 및 가상자산 관련 규제는 육성과 지원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준수와 적절한 대비가 필요할 때입니다.
글 ㅣ 길재식 ㅣ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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