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사람의 ESG 경영에서 ESG 경영은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이야기할 수 없음을 말씀드리면서, 기업의 인재 확보를 위한 ESG 경영의 필요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기업 경영을 위해 꼭 필요한 협력업체와 소비자 등 공급망에 속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ESG 경영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영체계입니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좁게는 기업의 사업 지속성이며, 넓게는 삶의 터전인 환경과 지역사회의 지속성을 의미합니다.
ESG 경영에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은 기업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의미하는데요. 기업의 주인인 주주나 고객 외에도, 기업이 속한 지역의 주민, 협력업체, 지방정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이해관계자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주주는 기업에게 기업가치의 제고를, 고객은 좋은 품질과 기능을 가진 제품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기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 주민은 기업이 더 많은 고용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 주기를 기대하며, 물이나 공기 등 주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기를 바랄 것입니다. 또한 시민단체는 이러한 기대 사항을 기업이 잘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더 강화된 이행을 촉구할 것입니다. 이러한 요구를 지킬 것을 약속하고 실천하는 것이 결국 ESG 경영입니다.
그렇다면 ESG 경영의 실현을 위해 협력업체는 어떻게 관리해야 좋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협력업체는 기업의 비즈니스를 위한 파트너를 넘어 지역사회의 중요한 이해관계자로서 살펴봐야 합니다. ESG 경영 중 사회 분야의 관리 포인트 중 하나로 협력업체가 있지만, 협력업체 내에서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모두 포함한 전반적인 ESG 경영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ASCC, 공급망의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협력업체의 ESG 이슈는 누구의 책임인가?
협력업체에서 인권침해 또는 환경파괴와 같은 이슈가 발생한다면 누구의 책임일까요? 협력업체의 이슈이니 그들의 책임으로 끝내면 되는 것일까요? 한 가지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996년 파키스탄 아동이 축구공을 만들고 있는 사진으로 이슈가 되었던 나이키는 사실 1990년대 초반부터 생산사업장 내 아동노동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당시 나이키는 자사 소유의 생산사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질 범위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죠. 즉, 협력업체는 기업이 책임져야 할 범위가 아니라고 말한 것과 같습니다.
이후 나이키는 소비자 불매운동과 주가 하락이라는 현실에 직면했고, 결국 CEO는 부끄러운 연설을 통해 그동안의 문제를 인정했습니다. 그는 "나이키 제품이 열악한 임금, 초과 근무의 강요, 학대의 동의어가 되었다. 나는 미국 소비자들이 학대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사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이키는 책임의 범위를 협력업체로 확대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고객사가 기업 공급망 내 강제노동의 진위를 요구했던 사건도 있습니다. 과거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자치구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인의 교화를 목적으로, 그들을 단체시설에 수용하고 교육 및 집단 노동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위구르인을 노동자로 사용했거나 연루된 기업들이 미국 상무부의 제재 대상인 Entity list에 오르자, 고객사는 공급망 내 해당 기업이 있는지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인 24년 6월 독일에서는 비영리단체가 폭스바겐 등의 공급망 내 위구르인이 강제노동 중인 협력사가 있다는 혐의로 자동차 제조사를 정부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ECCHR(European Center for Constitutional and Human Rights), 독일 자동차 제조사를 강제노동혐의로 고발한 비영리단체
이처럼 협력업체의 리스크는 곧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의 리스크입니다. 계약을 통해 비즈니스를 하는 협력업체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영역에 포함되며, 기업은 더욱 넓은 시각으로 ESG 경영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급망 ESG 경영을 위한 각종 노력과 규제의 등장
앞서 소개한 사례 외에도 공급망의 안타까운 사건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해 왔습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협력사에 대한 관리 정책인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수립했으며, 계약서 또는 준수 서약서 서명을 통해 협력사에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업종별 관련 이니셔티브가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전자 업계의 EICC(Electronic Industry Citizenship Coalition)가 있습니다. 이후 EICC는 참여기업의 업종을 확대하여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가 되었으며, 이 외에도 자동차 산업은 Drive Sustainability, 철강산업은 Responsive Steel, 의류산업은 (SAC) Sustainable Apparel Coalition이라는 이니셔티브가 있습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사람과 환경, 그리고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책임경영(RBC, Responsible Business Conduct)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기업책임경영 가이드라인은 노동, 인권, 환경보호 등과 같이 준수해야 할 권고사항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으로, 1976년 체결 이후 2011년과 2023년에 재개정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8년에는 실사(Due-Diligence) 지침을 별도로 만들어 실사 프로세스의 방향성을 제시했는데요. 실사 프로세스는 ‘비즈니스 행동규범의 내재화’, ‘부정적 영향의 파악과 평가’, ‘부정적 영향의 중지와 예방 및 완화’, ‘조치 결과 모니터링’, ‘대응 현황의 소통’ 5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요구합니다. 이를 통해, Due Diligence(실사)는 기준 대비 부적합(Non-conformance)을 파악하는 심사보다 개선과 소통, 그리고 협력을 포함한 확장된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급망 ESG 경영의 의무화와 시장의 변화
사실 OECD 실사 가이드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2017년 프랑스, 2019년 네덜란드, 2021년 독일 등 유럽 국가 중심으로 공급망 실사가 법으로 의무화되는 추세입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2024년 7월 25일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인 CSDDD(CS3D)를 발효했는데요. 이는 유럽연합이 도입한 새로운 규제로 공급망에 대한 실사요구사항을 다루고 있으며, 이미 유럽연합 소속 국가는 국가별 법제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선 내용과 같이 다국적 기업들은 일련의 공급망 강제/아동노동 이슈를 겪으면서 규제화 이전부터 협력사를 대상으로 리스크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 및 현장점검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는데요. 이는 일부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운영해 온 공급망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이었으나, EU CS3D 등의 규제화에 따라 단계적으로 중견/중소기업까지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확대되고 의무화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1차 자가진단(서면평가) 후 고위험군 대상으로 심사(현장점검)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공급망 프로그램이 현재도 유효한지 규제 요구사항과 비교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존 프로그램의 경우 체크리스트 방식이기 때문에 점검 항목 외의 부정적 영향은 식별하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권/환경영향평가의 프레임이 반영된 실사 프로세스를 따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공급망의 투명성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투명성은 1차 협력사를 넘어 2차, 3차, n차 협력사가 어디인지, 특히 n차 협력사 중 인권침해 및 환경오염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곳은 없는지, 무역 제재 대상 기업은 없는지를 밝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주석, 텅스텐, 탄탈륨, 금을 채굴하는 광산 내 강제/아동 노동 및 위험한 작업환경이 이슈가 되면서, 미국이 이 4가지 광물을 분쟁광물(Conflict Mineral)*로 정의하고 원산지 등 소싱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던 분쟁광물 규제와 같은 맥락입니다.
*분쟁광물: 분쟁광물은 원산지와 상관없이 4대 광물을 지칭하며, 원산지 증명을 요구함
IT 기술의 적용은 공급망 ESG 실현의 핵심 열쇠
공급망은 복잡다단하고 그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전 협력사 대상으로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공급망 매핑 및 트래킹을 위한 AI 기술 등의 IT 기술이 있다면,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있어 큰 획을 그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ESG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투자의 프레임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본다면, 공급망의 인권 및 환경 관련 리스크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공급망 리스크 관리 플랫폼/솔루션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ESG 경영은 규제적용 대상 기업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업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다양한 협력사 또한 ESG 경영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ESG 경영은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사의 ESG 경영 도입을 지원하는 제도를 내놓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내 회사의 일을 넘어 사회의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협력사와 함께 상생의 길을 걷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SG 경영을 통해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모두 지속가능하고, 우리 삶의 터전과 이웃들이 모두 환경적/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실현하기를 기대하며, 올해 ESG 테크로그를 마칩니다. 2025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유창우 Consulting Manager
LG CNS Entrue Consulting 프로세스인텔리전스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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