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은 지난 2월 소프트웨어 로봇(Software Robot) 알 파트장을 채용했습니다. 알 파트장은 사람이 컴퓨터로 처리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학습해, 정형화되고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합니다. 엑셀 업무와 전산 시스템 조회, 다운로드, 입력 등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들입니다.
현재 알 파트장은 영업, 회계, 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에 총 8대가 활약하고 있고, 총 249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사람으로 치면 237명이 연간 3만 9천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회사에 정식 인사 등록도 마쳐 사내 통신망에서 동료로서 ‘인명 검색’이 가능하며, 도움이 필요한 업무를 신청할 수 있는 게시판 등을 통해 임직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업무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대응에도 로봇 사원이 나섰는데요. LG CNS의 로봇 사원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던 2월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일일 자가 진단을 했습니다.
로봇 사원이 매일 아침 9시에 전 임직원의 증상 여부, 재택근무 여부, 확진 지역 방문 여부 등을 취합하고, 이상이 있는 경우 담당 부서에 자동으로 리포팅을 했다고 하는데요. 비대면 시대가 지속하면서 로봇 사원의 역할이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이처럼 각 기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로봇 사원, 본명은 바로 RPA입니다. RPA는 Robotic Process Automation, 로봇이 프로세스를 자동화해준다는 뜻인데요. 사용자가 화면에서 수행하는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업무를 모방하는 소프트웨어 로봇을 의미합니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ERP(전사적 자원 관리)나 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등 다양한 시스템 및 업무 방식을 도입해왔는데요. 최근에는 RPA에게 정해진 규칙을 기반으로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맡겨 업무의 품질 향상과 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합니다. RPA가 각광받는 이유는 ERP나 BPO 대비 적은 투자로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때문입니다.
RPA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그럼 어떤 일들일까요?
단순•반복적이며, 예외가 적고, 사전 설정된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들입니다. RPA는 엑셀에 있는 데이터를 ERP 시스템으로 옮기거나, 시스템을 검색하고 데이터를 추출하는 일, 파일을 다운로드, 업로드하는 등 컴퓨터 작업만으로 완결되는 업무를 아주 잘 처리합니다.
반면에 정해진 규칙이 없거나, 사람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작업은 RPA가 하기 어려운 업무입니다. RPA 기술은 인간 행동을 모방 → 인간 판단을 향상 → 인간 지능을 향상 → 인간 지능을 본뜬 단계로 진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용자 인터페이스•Task 중심의 자동화 단계로 기술 성숙도가 높고, 향후 RPA는 자연어 처리, 머신러닝과 같은 AI 기술과 결합해 산업 전 분야의 백오피스 업무를 중심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RPA에 AI 기술을 더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KB국민은행의 급여 이체 담당자는 기업으로부터 받은 급여 대장을 메일에서 골라 은행 내부망으로 옮기는 작업을 매달 진행해 왔는데요. KB국민은행의 RPA 사원은 급여 이체 담당자의 마우스 클릭 한번 없이 위 업무를 대신 수행합니다.
은행이 접수하는 급여 대장은 기업마다 양식과 표현이 다른데, 수십만 개의 급여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급여 이체에 필요한 데이터만 추출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숫자가 나열된 데이터를 분석해 계좌번호와 급여액을 구분하고, 직원명과 예금주가 다른 경우에도 실제 지급처를 찾는 등의 업무를 수행해 은행의 급여 지급 업무에 필요한 새로운 문서를 생성하고 RPA에 전달합니다.
마지막으로 RPA는 AI가 만든 문서를 은행의 급여 이체 시스템에 자동 입력합니다.
RPA와 AI의 결합 기술은 급여 이체 처리 시간을 줄여, 직원들의 고객 서비스 시간은 증가시키고, 야근 시간은 줄이는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AI 외에도 다양한 IT 신기술과 결합해, RPA가 활약할 수 있는 분야는 점점 넓어질 것 같습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이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비대면 업무 형태가 늘어나고 있고, 코로나 이후에도 주 4일 근무제나 시차 출퇴근제 등 다양한 근무 형태에 대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에 따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가 붙고 있죠. 화상 회의 툴이나 업무 공유 솔루션들이 적극 활용되고, 비즈니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RPA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비즈니스 연속성과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탁월한 솔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RPA가 앞으로 인간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게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로봇이 우리의 업무를 빼앗아 갈까 봐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기술 혁신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양산되었던 경험이 우리에게는 있으니까요.
단순 반복 업무는 실수도 하지 않고, 피로도 못 느끼는 로봇에게 맡기고 우리는 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개념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기획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로봇이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대체할 수는 없으니까요.
로봇에 의한 업무 자동화가 이루어지면, 미래에는 로봇과 협업을 통해 업무를 진행해 나가는 적응형 인간과 그렇지 못하고 대립하거나 쓸모가 없어지는 비 적응형 인간으로 나누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제 이런 로봇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로봇과 함께 협업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글 l LG CNS 대외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