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블록체인 시장에 다시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018년 초반에는 대부분의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한 이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은 장기간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을 비롯해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꾸준히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정부 기관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기반 프로젝트 외에도 하이퍼레저(Hyperledger)와 같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관한 연구 개발도 이뤄졌습니다.
하이퍼레저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는 구조 때문에 퍼블릭 블록체인만큼 대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프레임워크와 기능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 기업이 하이퍼레저 기반 암호화폐와 서비스를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는데요. 포브스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50개 기업 중 30개 기업이 하이퍼레저를 사용할 정도로 기업용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이퍼레저의 발전
하이퍼레저는 리눅스 재단에서 주관하고 여러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오픈소스 기반 블록체인 프로젝트입니다. 2015년 처음 시작된 하이퍼레저 블록체인은 널리 알려진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리, 정해진 기업이나 조직이 참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속합니다.
하이퍼레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블록체인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에서 다양한 형태의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과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도 있고 스마트계약을 생성하는 등 이더리움이나 이와 유사한 플랫폼 형태의 블록체인과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하이퍼레저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비교했을 때 구조가 다소 복잡합니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다르게 합의 알고리즘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고, 참여자를 제한하고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 등 관리 체계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개방된 형태나 완전 폐쇄된 형태 등 목적에 따라 다르게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하이퍼레저는 사용 목적과 용도에 따라 특화된 여러 프레임워크가 존재합니다. 허가를 받은 사용자만 참여할 수 있는 허가형 블록체인(Permissioned blockchain)인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비롯해 6개의 프레임워크와 8개의 전용 개발 도구가 있습니다.
이밖에 분산원장을 구축하고 배포하는 플랫폼인 하이퍼레저 소투스(Hyperledger Sawtooth), 스마트계약을 위한 하이퍼레저 버로우(Hyperledger Burrow) 등의 프레임워크도 개발됐습니다. 또한 암호화 및 보안을 위한 개발 도구와 스마트계약의 표준화를 돕는 개발 도구 등이 있어 하이퍼레저 개발을 돕고 있습니다.
하이퍼레저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활용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IBM과 협업을 통해 뉴스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뉴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하이퍼레저를 주도하는 IBM은 2019년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통해 SCM, 물류 분야를 시험했습니다. IBM이 주도하는 푸드 트러스트(Food Trust)는 하이퍼레저 기반의 글로벌 식품 유통 프로젝트로 네슬레, 월마트, 까르푸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추진 중인 분산화 신원 인증(DID, Decentralized Identity)도 하이퍼레저에서 가능합니다. 이미 2019년 국내에서는 통신 3사가 블록체인 민간주도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하이퍼레저 기반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신분증, 학생증, 성적표와 같은 개인 신원 정보에 대한 인증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 접종 여부를 하이퍼레저를 활용해 기록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입니다.
2020년에 하이퍼레저는 2.0으로 진화했습니다. 2.0 버전에서는 탈중앙화 기조에 맞춰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스마트계약을 분산 관리하거나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이 포함되는 등 새로운 환경이 제공되기 시작한 것인데요. 더불어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위한 기능을 추가해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고, 블록체인의 기반인 탈중앙화(Decentralized)를 구현하기 위한 기능이 더해진 것이 특징입니다.
향후 개발자들이 하이퍼레저 개발에 지속적으로 참여한다면, 많은 기술적인 발전이 기대됩니다. 처리 속도 개선은 물론 다양한 합의 방식과 데이터 관리 방안 등이 제시될 것입니다. 한 단계 더 발전한다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특성은 유지하면서 퍼블릭 블록체인처럼 활용할 수 있는 모습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 보입니다.
하이퍼레저의 장점
하이퍼레저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특성을 살려 정보 보호와 정보 공개 수준에 따른 서비스나 기업 내부 프로젝트를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투명성과 공개성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위변조 없이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많은 계약이나 거래는 상호간 비밀 유지나 기밀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참여자가 통제되고 관리가 필요한 블록체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기업은 개인 정보를 보호할 필요가 있어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허가된 네트워크의 참가자는 서로를 알고 있기에 합의 과정에 관심을 갖고 참여합니다. 여러 참여자는 더 높은 수준의 보안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기를 원합니다. 더욱이 기업 서비스에서는 빠른 의사결정과 트랜잭션 처리가 중요합니다. 하이퍼레저는 다른 블록체인과 달리 빠르게 합의를 진행해 플랫폼 속도를 저하하지 않고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이퍼레저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대표주자인 이더리움과 비교됩니다. 이더리움은 수많은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이 가장 많이 활용하며, 스마트계약과 암호화폐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들어 낸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입니다.
이더리움은 스마트계약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이더리움 재단의 개발자가 주도적으로 개발을 진행합니다. 이더리움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솔리디티(Solidity)라는 전용 개발 언어를 사용합니다. 작업증명 합의 알고리즘(PoW, Proof of Work)을 사용하면서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고 속도가 느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에 반해 하이퍼레저는 리눅스 재단 주도로 IBM을 비롯해 여러 기업과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발자가 주도합니다. 그리고 NodeJS와 Golang, Java 등의 개발언어를 사용해 개발하기가 수월합니다. 또한 모듈식으로 구성돼 시스템에서 원하는 만큼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합의 알고리즘, 스마트계약, 암호화폐 발행 등 다양한 기능을 연결하고 수정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트랜잭션 처리 속도가 빠르고 다른 블록체인에 비해 효율성이 높습니다.
이더리움과 하이퍼레저는 각각의 특성과 목적,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이 뛰어나다는 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태생과 지향점 역시 다르기 때문에 절대 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기업이나 조직 혹은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선택해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암호화폐를 발행해 서비스에 활용하며 자체적인 경제 체계를 구성하려고 합니다. 이를 확장해 여러 주체가 연결되고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프로토콜 경제로 발전시키려고 시도합니다. 흔히 하이퍼레저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이퍼레저에서도 암호화폐, 토큰 발행이 가능합니다. 기업의 비즈니스 특성에 따라 퍼블릭 블록체인 못지않은 서비스 활용성과 자체 경제 체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국내 블록체인 개발사인 인블록(Inblock)은 세계 최초로 하이퍼레저 기반 암호화폐를 개발해 발행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한다고 밝혀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다날의 페이코인(Paycoin) 역시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사용합니다. 하이퍼레저에서도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사용할 수 있기에 퍼블릭 블록체인 못지않게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대체 불가능 토큰인 NFT(Non-Fungible Token)를 만들 수 있고,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인 DeFi(Decentralized Finance)를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하이퍼레저를 대중적인 서비스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점차 늘어날 전망입니다.
하이퍼레저의 미래
최근 하이퍼레저를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IBM의 블록체인 사업부가 소수의 개발자를 제외하고 모두 떠났다는 외신 뉴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뉴스의 내용은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IBM의 블록체인 개발자는 거의 그대로 근무 중입니다. IBM 내부 팀 간의 통합으로 중복되는 마케팅, 세일즈 인력 등에 대한 구조조정이 있었을 뿐입니다. 여전히 IBM은 하이퍼레저의 개발에 많은 부분을 담당할 정도로 공헌도가 높으며, 꾸준히 하이퍼레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기반 프로젝트는 특정 주체가 리드할 수 있지만 많은 참여자가 개발에 참여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프로젝트 개발의 발전과 다양성을 가져옵니다. IBM과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국내외 기업이 하이퍼레저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이퍼레저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다르게 언론에 크게 언급되지 않습니다. 주로 기업 내부에서 활용하거나 특정 목적으로만 개발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하이퍼레저 기반 암호화폐나 대중적인 서비스가 많지 않은 까닭에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NFT와 DeFi 등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대세로 떠오른 영역에서도 하이퍼레저가 충분히 사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이퍼레저를 활용한 다양한 대중 서비스가 소개된다면 하이퍼레저에 대한 관심과 개발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에서 역시 하이퍼레저는 블록체인 도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선택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때문에 하이퍼레저의 발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 ㅣ 윤준탁 ㅣ IT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