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스마트시트는 현대화된 도시, 지속할 수 있는 도시 등 목적물로 바라보는 견해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수단과 과정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고 특히, 4차 산업혁명을 담는 플랫폼으로 보는 개념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스마트시티는 공급자 중심의 닫힌 생태계가 아니라, 수요자 중심, 시민참여 중심의 열린 생태계의 플랫폼이며 교통, 에너지 등 각 도시의 각 분야가 수직적으로 각각 구축된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평적 통합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최근 ‘스마트 시민’이란 용어가 스마트시티 사업의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스마트시티가 도시 인프라 건설을 통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참여해 상호 양방향으로 운영되는 도시의 지속 가능한 모델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도시 공간을 단순히 살아가기 위한 물리적인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민이 구성원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스마트시티의 지향점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시가 변화하더라도 결국 스마트시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주체로서의 사람입니다. 스마트시티에서 살아가는 사람 즉, 스마트시티의 시민은 스마트시티 기술을 이해하기보다는 사용법을 알고 즐기며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기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며 스마트시티의 대상입니다. 디지털이 익숙한 스마트시티 사용자는 끊임없이 도시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디지털 미디어의 상호작용성과 네트워크성 등에 따라 도시와 함께 진화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유럽 등지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리빙랩(Living Lab)’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실험실, 일상생활의 실험실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문제의 대상이 되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주체를 통해 문제점이나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방법입니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도시를 함께 만들어 가는 개념으로서 리빙랩은 도시민이 자신을 구성원이자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스마트시티의 발전 방향과도 일치하는 개념입니다.
유럽의 스마트 시민
유럽의 경우 기존의 도시를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점층적으로 ‘스마트하게’ 거듭나도록 하는 방식으로 추진 중입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 밀턴 킨즈, 스웨덴의 스톡홀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등이 대표적인데요. 대체로 재난에 대비하거나, IoT를 이용하여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적절히 보호하거나 이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스마트 시민(smart citizens)으로 육성하기 위해 데이터의 이해 및 응용을 정규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하는 것 등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유럽에서는 스마트 시민이 도시의 공동창작자(Co-Creator), 리빙랩(Living Lab), 팹랩(Fablab), 해커스페이스(Hackerspace) 등 ‘디지털 공공 공작소’의 확산과 유사한 개념으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스마트시티란 ‘소수의 전문가에 의존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정부의 다양한 분야의 부처들, 인프라 운영자, 서비스 제공자, 학계, 시민 간의 수평적이고 통합적인 연계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므로 스마트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사례를 통해 스마트 시민이 유럽을 중심으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암스테르담에는 약 4천 명의 혁신가가 살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부터 민간기업과 스타트업, 지자체, 대학, NGO 등 소속 분야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ASC, Amsterdam Smart City) 웹사이트에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는데요. 구글맵과 시가 제공한 데이터를 조합해 주차공간을 새로 만들어 주민들에게 제공하거나, 각 가정에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 정보를 알려주는 스마트 미터기를 보급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등 시민 주도로 2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매뉴얼을 제작하여 나눠주면서 시민 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들의 책임 정신과 봉사 정신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암스테르담시에서는 스마트 시민 키트를 개발하여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각자의 공간에서 정보를 수집하여 날씨, 온도, 습도 등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중에서 좋은 아이디어는 프로젝트화 하여 운영 중이지요. 그동안 16개 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13% 절감했다고 합니다.
암스테르담의 실험은 단순히 시민들에게 민원을 받는 수준이 아니라 이들은 도시 전체를 거대한 ‘실험실’로 만들고 있지요. 암스테르담시에서는 ASC라는 스마트 전담기구를 중심으로 암스테르담시 스마트 시티가 운영되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암스테르담시는 편리성과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스마트시티를 조성해 나간다는 목표 아래 지난 2009년 ASC라는 스마트시티 전담기구 운영하고 있는데, 정부뿐 아니라 기업, 학교,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는 시민이 온라인상에 올린 아이디어에 ‘좋아요’를 100개 이상 받으면 지자체가 실행 여부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프로젝트화 하고 있습니다.
2018년 1월까지 시민들이 낸 200개가 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들이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진행되고 있고, 이 중 상당수가 민간이 참여하는 ‘해커톤 대회를 통해 탄생하고 있는데요. 작년 4월 진행된 ‘마크 여 스타트(Maak Je Stad)’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건강한 도시 만들기’를 주제로 해커톤 대회를 열자 시민, 사회적 기업 등 460개 팀이 참여했는데, 이 중 36개 프로젝트가 실제 사업으로 추진 중입니다. 현재 네덜란드에 약 50개의 리빙랩도 진행 중에 있는데요. 리빙랩에 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암스테르담시의 대표 스마트 시민 프로젝트 사례
● 빗물관리시스템 Smart Roof 2.0 (Blue Green Roof)
이 프로젝트는 단지 내 건물 옥상에 빗물관리시스템을 설치하여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여러 종류의 식물을 심은 건물 옥상에 50개 이상의 센서를 설치하고 저장한 빗물을 이용해 건물의 온도를 낮추거나 식수 오염을 막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스마트 파킹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리빙랩’길가에 차량이 10분 이상 주차돼 있으면 IoT가 장착된 태양광 센서가 이를 인식해 해당 차량에 경고한 뒤 주차관리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지역주민이 아이디어를 내고 시정부의 펀딩을 받아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 비콘 마일(Beacon Mile)암스테르담 중앙역부터 마리너테레인까지 약 2㎞ 거리에 ‘비콘 마일'(Beacon Mile)을 설치했는데요. 스마트폰 근거리 통신기술인 ‘비콘’을 도시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실험하기 위해 20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축해 비콘 인프라와 사물인터넷 통신망을 공급하고 데이터와 플랫폼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업체들은 이곳을 활용해 비콘 신호 송신, 위치안내, 관련 앱 개발 등을 시도해 볼 수 있으며, 방문객들은 새로 개발된 앱을 사용해보고 프로젝트에 대해 평가를 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광고물 앞을 지나가면 앱에 자동으로 광고가 저장되거나, 공항에서 출국하는 사람의 위치 정보와 비행기 탑승 여부를 알려주는 기술 등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 자전거 전용 주차장암스테르담은 사람보다 자전거가 많은 자전거의 천국인데요. 그 이면에는 버려지는 자전거와 극심한 자전거 주차난으로 시 전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시민단체의 아이디어로 암스테르담시는 시내에 자전거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여기에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주차난을 해결했다고 합니다. 현재 자전거 주차장의 빈자리를 앱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는데요. 주차장 건설과 함께 향후 암스테르담 전체 자전거 주차장을 잇는 첨단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자전거 전용도로에도 스마트 시스템(전기 생산하는 세계 첫 태양광 자전거도로) 네덜란드에서는 2014년 세계 최초로 태양광 패널이 적용된 자전거도로 ‘솔라로드(Sola Road)’를 설치하고 현재 솔라로드 10m당 연간 1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3600kWh의 전기를 생산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길 위의 발전소를 의미하는 ‘태양광 도로’라고도 하며 네덜란드 크로메니의 자전거 전용도로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모델로 네덜란드는 올해 지자체와 기업, 연구소 등이 참여해 자동차가 다니는 일반 도로에도 태양광 패널을 적용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최근 암스테르담에서는 시민의 아이디어로 ‘카고호퍼’ 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요. 전기화물 차량을 이용해서 도시의 사업장에 효율적으로 화물을 운반함으로써 도시를 친환경적이고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며, 도시의 혼잡을 최소화하고 있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암스테르담과 같이 시민들의 역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스마트 시민 전략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스마트 시민 전략은 기술의 최종 수요자인 시민이 문제 발굴부터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 시제품 평가와 업그레이드 등 혁신의 전 과정을 전문가와 함께 수행하도록 전략을 수립하는 것인데요. 리빙랩 등은 이를 표현하는 새로운 연구개발(R&D) 방법론입니다.
우리나라의 리빙랩은 최근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 리빙랩이나 북촌 IoT 리빙랩 등을 수행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그동안 실험실이 폐쇄된 공간이었다면 리빙랩은 우리가 실제 사는 공간에서 기술을 실증하는 개념이므로 지역의 주체들을 모여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실제로 핀란드 헬싱키의 쇠락한 공업지대였던 칼라사타마는 주민과 공무원, 학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혁신가 클럽’을 앞세워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 전기차•스마트 그리드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시티로 변모했으며, 스웨덴•프랑스•스페인 등 다양한 나라에서 리빙랩을 도시 재건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가 4차 산업혁명에서 주요한 기술이며 우리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방법임은 명확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스마트시티의 틀은 마련해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내용을 채우고, 서비스를 도출하면서 점차 스마트시티를 이루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유럽의 사례를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더 높은 수준의 스마트시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시민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글 | 조영임 교수 |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고려대학교에서 컴퓨터학과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Univ. of Massachusetts에서 post-doc을 했으며 Purdue대학교의 교환교수로 근무하였다. 현재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분야는 인공지능, 플랫폼, IoT, 스마트 시티, 전자정부 등 인공지능의 기본연구와 융복합 연구 등이다. 현재 지능형 융복합 스마트시티 플랫폼과 지능형 빅데이터 표준화 기술, 머신러닝에 대한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