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는 한글로 풀면 지능형 도시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능형 도시란 무엇이며 지능을 가진 똑똑한 도시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요? 이번 편에서는 지능형 도시 구현을 위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고 똑똑한 미래 도시의 진화 방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마트시티에 어울리는 건축물이 있다면 과연 어떤 건물일까요?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가 설치되어 있고, 센서로 모든 것을 감지하고 인공지능으로 모든 것을 알아서 제어해주는 초고층 건물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런 건축물이 친환경적으로 설계되어 탄소 배출량도 기존 건물보다 낮고, 유지 관리비도 적게 들어간다면 더욱 좋겠죠.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스마트시티의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스마트시티에는 친환경 건축물 즉, 그린 빌딩(Green Building)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 편리하고 쾌적하며, 삶의 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건축물이라면 더 좋겠습니다.
그린 빌딩이란?
그린 빌딩이란 어떤 건축물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국내에서는 녹색 건축물로 불리고 있으며, 관련 법률에서 녹색 건축물이 무엇인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54조에서는 ‘에너지 이용 효율 및 신재생에너지의 사용 비율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건물’을 녹색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또한 녹색 건축물 조성 지원법 제2조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54조에 따른 건축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쾌적하고 건강한 거주환경을 제공하는 건축물’을 녹색 건축물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린 빌딩은 빌딩 사용 단계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소비 및 탄소 배출만이 아니라, 빌딩 건축을 위한 부자재 생산 및 시공과정부터 고려하여 친환경적으로 설계하는 개념입니다. 즉, 빌딩 계획, 설계, 자재 조달, 시공, 운영•사용, 폐기의 전체 빌딩 생애 주기(Building Life Cycle)에 걸쳐 친환경적으로 설계된 빌딩을 이야기합니다.
빌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그린 빌딩은 지구 환경 문제가 이슈화되면서부터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에 있어서 빌딩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2015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 중 빌딩 영역의 소비 비중이 약 30%이며,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28%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
또한, 빌딩 건설을 위한 부자재 생산에 소요되는 에너지 소비량이 6%,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이며, 이를 포함할 경우 빌딩과 관련된 에너지 소비량은 36%,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9%가 되어, 교통이나 기타 산업 영역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미국의 경우 2035년경에는 미국 에너지 소비량 중 약 41%를 빌딩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 (주거용 빌딩 21%, 상업용 빌딩 21%) 된다고 하며,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빌딩에서 배출되는 양이 약 50%라고 하는데, 35%는 빌딩의 냉난방 및 조명, 15%는 빌딩 건축용 부자재 생산 및 시공과정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린 빌딩 기준
그렇다면, 그린 빌딩은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국내에서는 녹색 건축 인증 제도를 도입하여 그린 빌딩 건축을 장려하고 있는데요. 녹색 건축 인증기준으로 9개 전문 분야로 나누어 분야별 인증 항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9개 전문 분야는 토지이용 및 교통, 에너지 및 환경오염, 재료 및 자원, 물 순환 관리, 유지 관리, 생태환경, 실내환경, 주택 성능분야 및 혁신적인 설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인증 항목은 인증 대상이 신축, 기존, 그린 리모델링 건물인지, 주거용인지 비주거용인지에 따라 전문 분야별 인증 항목에 차이가 있습니다.
인증 항목은 계획, 설계, 자재 조달, 시공, 운영•사용, 폐기의 빌딩 생애 주기 전체에 걸친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예를 들면, 생태면적률, 신재생에너지 이용, 빗물 관리 등 계획 및 설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항목, 환경성 선언 제품(EPD, 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 사용이나 저탄소 자재의 사용 등 자재 조달 시 고려해야 할 항목, 건설현장의 환경 관리 계획이나 시험•조정•평가 및 커미셔닝 실시 등 시공 단계에서 수행해야 하는 항목, 에너지 모니터링 및 관리지원 장치나 운영•유지 관리 문서 및 매뉴얼 제공과 같은 운영•사용 단계에서 필요한 항목, 자원 순환 자재의 사용 등 폐기 단계를 고려한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린 빌딩에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사옥은 설계단계에서 일사량과 풍향 등 기후특성을 분석하여 초에너지절약형 건축물을 계획하였으며, 자연채광 및 자연환기를 최대화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고효율 단열재를 적용하고, 고효율 냉난방공조 시스템, LED 조명과 집광채광 장치, 우수 및 중수 재활용 시스템, 전기자동차 충전설비 등을 갖추었습니다. 또한 지열냉난방, 태양광발전, 태양열급탕 설비를 설치하고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를 적용하는 등 에너지 자립율을 향상시키고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적용했습니다.
신축건물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건물에 대한 인증사례로서는 환경산업기술원 신청사를 들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LED 조명 설치, 고효율 창호와 환경마크 인증 자재 사용, 태양광 집열판과 지열을 활용한 냉난방시스템 적용,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가로등, 전기차충전소,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를 설치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절감형 건축물로 증축·리모델링 되었습니다.
그린 빌딩에 적용되는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
그린 빌딩은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기 위해 건축물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항목들을 정의하고 있어, 스마트시티가 추구하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삶의 질 향상을 용이하게 합니다. 그리고, 스마트시티 기술은 그린 빌딩이 추구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입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영역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교통 영역을 예로 들어 보면, 대중교통 근접성뿐만 아니라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주차장이나 전기자동차 주차시설과 같은 대안적 교통 관련 시설의 설치 여부도 그린 빌딩 평가 항목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친환경 교통수단 보급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입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그린 빌딩 설계에 많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기술을 도시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으로 많이 설치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설계에 이용하면, 주변 건물이 태양광 발전량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 그리고 옆 건물의 일조권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일조권 간섭방지 대책은 타당한지 등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에너지 성능(또는 효율)과 관련해서는, 그린 빌딩 기준을 적용하여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건축물을 지어야 스마트시티 기술을 이용하여 에너지 사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에너지 사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건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가 많다면, 최신 시스템을 도입하는 의미가 퇴색되겠죠.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완화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사용한다면 신재생에너지 활용률을 더욱 높일 수 있을 텐데요. 전기에너지 수요에 따라 전기에너지 요금이 변동된다면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이용하여 에너지 비용을 더욱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빗물을 저장하여 사용할 수 있다면 환경친화적이지 않을까요? 이러한 빗물 저장 설비와 함께 물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사용자들이 절약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겠죠.
한편, 빌딩은 수십 년 이상 사용하므로 운영•유지 관리 문서와 사용자 매뉴얼이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고 변경이 발생할 경우 업데이트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사를 왔는데 사용자 매뉴얼이 없어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면, 애써 구축한 시스템이 아무 소용이 없겠죠.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인프라로서의 그린 빌딩
이제 시각을 달리하여 빌딩이 아니라 시티 차원에서 교통과 에너지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교통수단으로써 최근에는 자전거 이용이 많아지고 있고, 퍼스널 모빌리티라고 불리는 전동 킥보드나 전동 휠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이용자가 버스나 지하철로 갈아탄다면 과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요? 들고 가는 것도 힘들겠지만, 복잡한 버스나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부딪혀서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를 생각해 보면, 집안으로 들고 들어와서 매일 충전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 보관할 수 있는 인프라는 충분히 있을까요? 새로운 대안 교통수단에 대한 인프라도 가까운 미래에 그린 빌딩에서 구현되기를 바랍니다.
위의 그림 1. 에서 교통 영역의 에너지 소비율이 약 28%를 차지한다고 나타났는데요. 이 중 많은 부분은 승용차가 차지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자동차 보급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모든 승용차가 전기자동차로 바뀐다고 생각해 보시죠. 과연 이 모든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는 어디에 설치될까요?
우리나라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거율이 높은데, 모든 아파트 주차장에 충전기가 설치되고 저녁에 동시에 충전한다고 하면 얼마나 많은 발전소가 필요할까요? 물론 기술발전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의 효율이 높아지고, 에너지 소비 효율이 좋은 제품들이 개발되고 보급될 것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할 것이며, 최대 전력수요가 발생하는 시점이 저녁 시간대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처럼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 자동차 보급이 증가하게 된다면, 최대 전력수요 발생 시점에 대한 관리를 위한 정보 시스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 보급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그린 빌딩은 이러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 신재생에너지 설비,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그린 빌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아마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일상적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설비들은 친환경 지속 가능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 줄 설비입니다. 또한 이러한 설비를 통해 얻게 되는 경제적인 이득도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아마 대부분의 건축물이 그린 빌딩으로 변모하게 될 것입니다. 시민들이 모두 먼저 나서서 그린 빌딩 보급을 요구하고, 이를 통해 더욱 많은 그린 빌딩이 구축되는 선순환 과정이 나타나길 기대해봅니다.
글 l LG CNS 엔트루컨설팅 스마트엔지니어링그룹
[‘스마트시티’ 연재 현황]
[1편] 각국의 도시와 기업은 왜 스마트시티에 집중할까?
[2편] 스마트시티, 미래 모습을 현재에 그리다.
[3편] 도시, 분산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다.
[4편] ESS, 새로운 발전소 없이 전력을 공급한다.
[5편] ESS를 이용하여 휴대폰 요금을 면제 받는다면?
[6편] 전기를 아끼면 돈을 벌 수 있을까?
[7편] 똑똑한 도시로의 진화, 스마트시티의 미래
[8편] 스마트시티에 어울리는 건축물, 그린 빌딩
[9편] 싱가포르가 전 국토를 가상현실로 만드는 이유는?
[10편]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제어하는 인공지능
[11편] 시민과 함께 만드는 스마트시티의 새로운 행정 서비스
[12편] 스마트시티, 차세대 드론 서비스를 제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