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찾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는 불과 한 달 전 플로리다 전역을 덮친 허리케인 어마(Irma)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문명이 시작된 이후 과학 기술은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아 우리는 좀 더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겸손해야 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요. 내년에 온 세상을 덮칠 IT 태풍은 어떤 것일까요?
지난 10월 1일 열린 가트너 심포지엄•IT엑스포에 전 세계 1만여 명의 CIO, IT 리더, 정책 입안자, 그리고 기술자들이 모였습니다. 서로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누는 IT 업계의 축제이자 미래를 공유하는 뜻깊은 행사였는데요.
행사 첫날 메인 행사장에 모인 수천 명의 참가자 앞에 피터 손더가드(Peter Sondergaard) 가트너 수석 부사장이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는 다가오는 2018년의 IT 방향을 한마디로 요약했습니다.
“이제 Digital Value at Scale을 해야 할 때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기업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얼핏 당연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이 말에는 많은 함축적인 의미가 숨어있는데요. 손더가드 부사장은 디지털 가치의 극대화에는 Scale up, Scale across, Scale out의 3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첫째, Scale up은 디지털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과 시간이 수반되므로 그만큼의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비용 절감이나 기존 매출 증대 또는 새로운 매출 창출이든 투자로 인한 성과 극대화는 어쩌면 당연한 경제 논리입니다. 이제 전 세계 많은 기업은 디지털 기술이 한 번 시도해보는 것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합니다.
둘째, Scale across는 디지털 성공 체험을 전 조직과 제품과 서비스 라인업 전체로 확산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즉, 디지털 변화(Digital Transformation)를 위해서는 모든 조직과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 요소에 퍼져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Scale out은 조직 내부 및 외부의 기능과의 결합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디지털 변화는 어느 하나의 기능으로 구현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의 디지털 생태계와 내부의 레거시 시스템들과의 연결은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주목할만한 또 하나의 내용은 디지털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입니다. KPI는 핵심성과지표로 디지털 변화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인데요. 비록 업무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는 못 미치지만, 성과 측정에 고민을 안고 있는 많은 기업과 기관들에 체계적인 방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입니다.
가트너 심포지엄의 두 번째 하이라이트는 2018년에 주목해야 할 10대 전략 기술 발표였습니다.
2018년 10대 전략 기술은 작년 동일하게 3가지 영역으로 분류했습니다.
가트너는 지능(Intelligent), 디지털(Digital), 그물(Mesh)의 3가지 영역으로 분류했는데 작년에 비해 그 의미가 조금 더 구체화되었습니다.
첫째, ‘지능(Intelligent)’은 상황을 인지하고 인사이트를 주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사람이나 사물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로부터 맥락(Context)을 이해하고 데이터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 이를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둘째, ‘디지털(Digital)’은 자율적이고 몰입할 수 있는 기술들을 뜻합니다. 자율(Autonomous)은 자동(Automatic)과 구별되는데 미리 정해진 규칙에 의해서 단지 저절로 실행되는 수준을 넘어 주변의 상황을 맥락 수준에서 인지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개념입니다.
셋째, ‘그물(Mesh)’은 좀 더 동적이고 안전한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과거의 정적인 네트워크로는 더 이상 다양한 디바이스와 사람 간의 복잡한 연결성을 보장하기 어려운데요. 스마트워치, 스마트카, 스마트폰 그리고 다양한 스마트 가전 기기들이 상호간 더욱 안전하고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한 필수 기술들을 의미합니다.
이제 2017년과 비교해서 2018년10대 전략 기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인공지능 기반
인공 지능 기술과 머신러닝은 단순 응용 기술에서 근본 기술을 좀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제시되었습니다. 단순한 UX 변화 단계를 지나 프로세스를 바꾸고 다양한 분석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알고리즘과 모델을 만드는 수준으로 깊어져야 합니다.
- 지능형 앱과 분석
지능형 앱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급 분석과 합쳐지면서 그 범위가 확장되었습니다. 즉, 데이터 없이 의미가 없고, 데이터 역시 그 가치를 활용할 응용 어플리케이션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LG CNS는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합한 ‘DAP’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 지능형 사물
똑똑한 기기들은 더 작아지고 저렴하면서 그 수가 많아지면 새로운 산업에 더욱 빠르게 적용될 것입니다. LG CNS는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서 생산 설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미세한 상태 변화를 신속하게 인지할 수 있는 산업용 IoT 플랫폼을 구현했습니다.
- 디지털 트윈
주로 제조 영역에서 관심을 보이던 디지털 트윈은 스마트 시티 등으로 개념과 응용 기술이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LG CNS도 스마트 시티 분야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 클라우드에서 에지로
기존의 디지털기술 플랫폼이 사라졌는데 플랫폼이라는 기술 자체가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가트너는 이 플랫폼 기술 자체는 이제 평준화된 기술이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바로 클라우드 백엔드와 에지가 서로 경쟁적이지 않고 보완적이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 대화형 플랫폼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콜센터나 고객 상담 채널 등 전 산업 분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대화형 시스템인 챗봇, VPA(가상개인비서) 등은 시스템 수준에서 플랫폼 형태로 발전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LG CNS는 사내벤처를 통해 ‘단비AI’라는 한국어 대화형 플랫폼을 구축하고 LG 유플러스 고객센터 등에 그 적용 사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 몰입형 경험
작년 10대 기술 중 VR(가상 현실), AR(증강 현실) 기술이 몰입 경험(Immersive Experience)으로 대체되었는데 끊임없이 강조되던 UX(User Experience)가 좀 더 진화하는 형태로 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인간과 기술 간의 인터페이스 기술은 매우 다양해질 것입니다. 오감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스처, 심지어 뇌파, 시각과 후각의 연결, 촉각을 증강시키는 기술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가상화폐를 넘어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기술을 기업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추세를 감안하여 기존 디지털 기술에서 매시 기술로 재분류되었습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아키텍처로의 변화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LG CNS도 이 분야의 연구개발과 금융을 중심으로 사례를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 이벤트 기반 모델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이벤트 기반 기술이 중요해졌음을 강조했습니다. 전통적인 커밋 방식의 트랜잭션과 더불어 이벤트 방식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똑똑한 디바이스가 많아지고 인간과 기기 간의 인터페이스가 많아질수록 이벤트 기반 모델은 더욱 보편화 될 것입니다.
- CARTA 접근법
작년에 선보인 능동형 보안 기술이 보안 및 리스크를 포함하는 형태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각종 보안 위협은 실시간으로 인지되고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될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 인공 지능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2018년의 디지털 기술은 올해 못지않은 큰 변혁과 발전이 예상됩니다. 가트너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무엇보다 디지털 변화로의 실행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LG CNS도 이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극대화함으로써 고객의 디지털 비즈니스 혁신을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글 | LG CNS 정보기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