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대한 꿈은 누구나 가슴 한켠에 두고 있습니다. 어릴 적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한 번쯤 그려보거나 미래 공상을 얘기할 때 듣곤 하니 말입니다. 이를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 오늘날에도 그런 꿈에서 멀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의미가 바뀌었을 뿐이지요.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초기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것이었습니다. 도로를 달리다가 필요할 때는 하늘을 날고, 다시 도로에 착륙해 달리는 거죠. 당연하게도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도로를 활주로로 사용한다는 건 심각한 교통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늘수록 너도나도 이륙하거나 착륙한다면 평범하게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이착륙 과정을 기다리거나 별도 도로를 만들어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달리는 자동차가 날아다닌다는 개념은 일찌감치 소멸했습니다.
대신에 도시형 경항공기가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는 전기 수직 이착륙기(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Vehicles; e-VTOL)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고, 몇몇 회사가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드론 형태의 탈 것을 선보이면서 구체화하기 시작합니다.
1935년 설립된 헬리콥터 개발사인 벨 헬리콥터(Bell Helicopter)는 도심형 e-VTOL인 ‘벨 넥서스(Bell Nexus)’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기 프로펠러로 구동하는 벨 넥서스는 5인승으로 CES 2019에서 처음 프로토 타입이 공개되었습니다.
벨 넥서스는 자동차로 45분인 거리를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며, 주문형 항공 서비스인 에어택시(Air Taxi)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헬리콥터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데, 이미 자동차의 범주는 벗어난 것이죠. 다만, 도심의 교통 구조를 평면에서 입체적으로 바꾼다는 개념은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심의 교통수단은 2D, 다시 말해 평면에서 이뤄집니다. 열차나 자동차는 지상에 연결된 철로나 도로를 달리고, 수직인 건물을 오르려면 교통수단에서 내린 후 걸어 올라가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합니다. 다시 다른 건물 혹은 지점으로 이동하려면 지상의 평면으로 이동해야 하죠. 그런데 e-VTOL은 수직 이동이 가능해 도심의 교통 체계를 3D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예컨대, 지상의 이륙 지점에서 100층짜리 건물의 85층으로 이동하길 원하면 지상에 착륙하는 게 아니라 건물 위의 이착륙장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또는 별도 수직 이착륙장에 건물과 건물을 연결해 3D 교통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얘기가 아닙니다.
헬리콥터 서비스로 얻은 가능성
에어버스(Airbus)가 지원하는 도시 헬리콥터 스타트업 붐(Voom)은 브라질 상파울루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멕시코시티에서 모바일 앱으로 헬리콥터를 부르는 라이드 헤일링(Ride-hailing)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1만 5,000명의 승객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으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로 지난 3월에 4년간의 운영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하지만 도시 내 항공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기에 에어버스는 e-VTOL을 통한 3D 교통과 교통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데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종료한 서비스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게 의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만 덧붙이면 얘기는 달라지죠.
첫 번째는 ‘시간’입니다. 붐을 이용하려면 최소 1시간 전에 예약해야 했습니다. 도심을 계속 달리는 차량 중 가까운 곳의 차량을 호출하는 자동차 라이드 헤일링과 다르게 조종사를 구하고, 비행 허가를 받아야 하며, 항공기가 대기하는 시간까지 필요했습니다.
두 번째는 ‘비용’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산호세까지 자동차로 약 40분 소요됩니다. 이를 붐을 이용해 10분으로 줄이는데 드는 비용은 무려 245달러입니다. 택시 요금으로 따지면 2배 가량 비쌉니다. 시간을 75%나 단축했으니 마땅한 비용처럼 보이지만, 예약 후 탑승까지 1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것입니다.
붐은 3곳의 대도시에서 서비스를 했음에도 1만 5,000명의 승객을 확보하는 데에 그쳤고, 전염병 탓에 운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습니다. 지속 가능성이 부족했던 겁니다. 이러한 문제는 붐에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경쟁 회사로 블레이드(Blade)와 우버의 우버콥터(Uber Copter)가 있습니다. 블레이드의 맨해튼과 케네디 공항 사이를 오가는 헬리콥터 서비스 가격은 1인당 195달러입니다. 우버콥터는 1인당 200~225달러 가격에 이용할 수 있죠. 결국, 도시 내 항공 서비스가 가장 해결해야 할 부분이 지속 가능성입니다. 그래서 도심형 e-VTOL은 좋은 대안입니다.
우선 가격적인 측면입니다. 소형 헬리콥터인 R-44의 가격은 약 50만 달러지만, e-VTOL의 경우 20~25만 달러 수준을 목표합니다. 그리고 연간 700대 생산하는 R-44보다 5배 이상 높은 생산량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량 생산할수록 가격은 더 낮아질 것입니다.
분석가들은 저렴한 e-VTOL을 대거 투입하면 에어택시를 이용하는 비용이 최대 70%까지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택시보다 저렴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우버는 e-VTOL을 장기 운용했을 때 자사 고급 배차 서비스인 우버블랙(Uber Black)과 비슷하거나 비용이 더 낮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다수의 e-VTOL을 운용하면 거점마다 항시 대기할 수 있어서 탑승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거점마다 이동 중인 e-VTOL을 모바일 앱으로 확인해 최대한 빨리 탑승할 수 있는 조건을 알려주는 것이죠. 이착륙장에서 충전하므로 대기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e-VTOL의 소음은 대형버스 수준이어서, 많은 회사가 야간에도 운용할 수 있도록 더 줄일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증가한 대량의 e-VOL를 관리할 방법이 필요해집니다. 바로 ‘스마트시티 플랫폼’입니다. 에어버스는 교통 네트워크를 언급했습니다. 기존 2D 교통은 관리도 모두 평면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3D 교통은 고도(高度)가 생기고, 하늘에는 보이는 도로를 놓을 수 없습니다.
스마트시티 플랫폼은 도시의 건물이나 설비 등 요소를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로 연결해 통합 관제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건물 옥상을 e-VTOL 이착륙장으로 사용한다면 건물은 e-VTOL을 인식하고, 이륙 지시, 착륙 허가, 공중 대기 지시, 이착륙장 주변 환경 정리 지시 등 공항의 관제탑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주변 다른 관제탑들과 연결되어 소통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에어버스가 말한 네트워크는 이러한 도시 중심의 플랫폼이 갖춰진 상태에서 에어택시나 라이드 헤일링 플랫폼이 결합할 때에 지속 가능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독일의 e-VTOL 개발사인 볼로콥터(Volo Copter)는 2년 이내에 두바이와 싱가포르에서 상업 에어택시를 서비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두바이와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가 민간 서비스와 융합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며, 두바이는 2030년까지 이동 수단의 25%가 무인 e-VTOL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그러려면 많은 수의 이착륙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볼로콥터는 영국의 이착륙장 개발사인 스카이포트(Skyports)와 협력해 볼로포트(VoloPort)라는 통합 인프라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볼로포트는 당국 및 규제 기관의 승인만 있다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습니다. 건물 옥상, 고속도로, 부두, 공원, 어디든 말입니다.
싱가포르에 설치된 볼로포트 프로토타입은 비행 전 점검, 승객 라운지, 탑승 절차 관리, 배터리 교체 및 충전, 유지 보수 등 에어택시 운용의 모든 걸 지원합니다. 볼로포트끼리 연결해서 두바이와 싱가포르에 거대한 에어택시 인프라를 형성하려는 행보입니다.
하지만 볼로포트가 볼로콥터의 에어택시만을 위한 시설로만 남을 이유는 없습니다. L.E.K. 컨설팅에 따르면, 이착륙장 건설에 500~1,000만 달러 비용이 발생하고, 한 개 건물에 설치할 수 있는 이착륙장의 규모는 제한적입니다.
스마트시티에서 에어택시가 성공하려면?
도시 계획 면에서 효율적인 에어택시 운용이 되려면 어떤 이착륙장 시스템이든 다른 민간 서비스와 연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볼로포트가 교통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겠죠. 다만, 교통 관리만으로는 구실이 부족합니다. e-VTOL가 이착륙하지 않아도 건물 위를 지나면 위험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건물 보안은 아래층만 아니라 고층에서도 이뤄져야 하며, e-VTOL의 주차 및 충전에 대한 에너지 관리도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에어택시로 구축한 인프라는 라이드 헤일링만이 아니라 무인 택배나 응급의료 등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벨 헬리콥터는 벨 넥서스를 응급의료와 화물운송에 활용할 계획이며, 소형 운송 드론인 ‘벨 APT(Bell APT)’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에어택시는 플랫폼을 기준으로 분야별 모델을 마련하고, 관련 규제에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복합적인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갖춰야 에어택시의 운용을 효율적으로 바꾸고, 활용을 확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분석가들은 3D 교통이 미래에 기존 2D 교통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70%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땅 위의 입구가 아니라 하늘의 입구로 건물에 진입하는 비중이 증가하면, 그만큼 활용이 줄어든 도로의 토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다른 것을 차치하더라도 도시 내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 될 테니까요.
어려움은 있습니다. L.E.K. 컨설팅은 ‘시간당 4,000명의 승객을 처리하려면 현재 인프라 수준으로는 수용할 수 없다. 도시 맞춤형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하다.’라면서 ‘기술적으로는 실현할 수 있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인프라 구조를 마련하려면 주요 부동산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버는 ‘에어택시가 마일당 0.44달러로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우리의 분석도 추정치에 가깝지만, 예측을 충족하려면 최소한의 인프라 투자로 대규모 활용도가 높은 모델을 가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에어택시가 붐, 블레이드, 우버콥터 등 몇 개 업체가 헬리콥터를 빌려주는 작은 모델에서 벗어나서 전체 도시의 교통 인프라에 영향을 끼치는, 3D 교통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에어택시 도입은 스마트시티에 대한 수용 여부로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스마트시티를 떼어놓고 에어택시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이죠. 에어택시는 스마트시티의 발전 단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