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류 자동화 시장에서 많은 기업이 저마다 프로세스 개선과 효율 극대화에 노력을 쏟고 있고, 이에 따라 이송, 보관, 분류, 피킹의 프로세스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은 오프라인 시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시장 쪽에서도 이어집니다.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00조 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20% 이상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1
이러한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단순히 ‘호황’이라고만 지켜보기에는 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를 놓고 플랫폼 서비스의 전략 및 변화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지만, 결과적으로 ‘다품종 소량 주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익히 알다시피 다품종 소량 주문이라는 주문 형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치 공간의 확장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합포장에 수많은 노고가 요구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날이 높아지는 임대료 때문이라도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저장 공간을 하염없이 확장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만큼 솔루션의 변화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입출고 및 보관에 쓰이는 ASRS(Auto Storage Retrieval System)에 새로운 혁신이 불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노르웨이의 AutoStore가 그 예인데요. GTP(Goods To Person) 혹은 GTM(Goods To Man) 방식으로 불리는 이 설비는 최상단에서 Robot이 주문에 맞춰 상품이 보관된 Bin(보관 상자)을 찾아내어 설비와 작업자 간 접점인 Port(입고 또는 출고 작업장)로 이송시켜주면, 작업자가 주문에 따라 해당 상품을 호출한 Bin에서 피킹 하는 자동화 설비입니다.
상품 저장을 위해서도 Port에서 Bin에 상품을 넣으면 Robot이 Bin을 들어 올려 Grid 내부의 촘촘한 저장 공간으로 이송 시켜 쌓아 올립니다.
한 마디로, AutoStore는 Robot이 Bin을 저장하고 상품 출하 및 입고를 위해 Bin을 찾아내 ‘직접’ 가져다주거나, 저장 공간으로 Bin을 ‘직접’ 적치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에 작업자가 스마트 카트 등을 이용해 입고부터 출고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동선에 따라 이동함으로써 피킹 해야 했던 광경과는 사뭇 대조적인 작업 형태로써, 사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피킹 프로세스가 완전 자동화에 한층 더 가까워졌음을 의미합니다.
AutoStore의 구성 요소
AutoStore의 구성 요소는 Module 형태로 되어 있어서, 저장 공간을 확장하거나 혹은 출하 요구량 증가에 따른 물동량 확장이 필요할 때 각 구성 요소별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 Robot: 상품을 운반하기 위해 Grid 최상부에서 움직이는 Robot(Red Line(R5)/Black Line(B1))
- Bin: 상품을 보관하기 위한 상자
- Grid: Bin을 보관하고 로봇이 기동하는 상단의 레일을 지지하기 위한 구조물
- Port: 상품을 보관하거나 출하를 위해 사람이 작업하는 장소로서 설비와 작업자 간의 접점
- Controller: AutoStore 제어를 위한 S/W가 내장된 모듈 (서버, NW스위치, UPS 등으로 구성)
1) Robot
먼저 AutoStore의 상징이자 핵심 동력인 Read Line Robot(R5) 로봇은 최대 3.1m/sec의 속도로 Grid 최상단을 거침없이 질주합니다. 또한 서로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적 경로로 Bin을 이송하며, 배터리 전력이 부족하면 충전 구역으로 자동 복귀하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전력 소비량은 로봇 한 대당 100Wh 이하로 10대의 로봇이 1대의 청소기와 맞먹습니다. 이처럼 저전력 운영이 가능한 로봇은 Green Product로써 긴 수명의 배터리와 적은 유지보수 비용의 장점들이 있습니다. 그 밖의 상세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9년에는 이송 효율을 개선한 Black Line Robot(B1)이 출시되어, 기존 R5 대비 20% 이상 퍼포먼스를 증가시켰습니다.
크기 및 속도뿐만 아니라 배터리 측면에서도 기존 R5는 배터리 충전 방식이지만, B1은 배터리 자동 교체식으로 개선되어 공백없이 시스템 운영을 돕습니다. 이처럼 AutoStore는 갈수록 심화하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Bin
상품이 직접 담기는 Bin은 최초 고객이 취급하는 품목을 바탕으로 그 크기가 선정됩니다. Grid 내부에 적치해야 하므로 Bin Type과 관계없이 평면 넓이(L600mm/W400mm)는 동일하나, 각 높이(220mm, 330mm, 425mm)에 따라 Bin Type이 구분되며, 이는 곧 소개될 Grid 내 Bin 탑재 높이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3) Grid
‘창고’의 역할을 수행하는 Grid는 알루미늄으로 제조되어 가볍고 구조가 매우 단순합니다. 이 때문에 설치가 간편하며 상, 중, 하단을 그물망처럼 고정해 견고함 또한 뛰어납니다. Grid는 언뜻 다른 모듈들에 비해 큰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 단순함 덕분에 설치, 확장, 그리고 해체가 그 어떤 설비들에 비해 용이합니다.
가령 AutoStore 설비 도입을 위해 새로운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이, 기존 건물의 여유 공간에 평탄화 작업만 보완하면 그 위에 설치가 가능합니다. 또한 지형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구축도 지원합니다.
4) Port
Bin의 입출고가 이루어지는 Port는 구동 방식과 Buffer에 따라 Conveyor, Carousel, Swing, Relay 4가지 종류로 구분됩니다. 각각의 Port들 사이에는 분명한 성능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AutoStore의 최종 Capacity는 로봇뿐만 아니라, 이 포트들의 종류와 대수에 따라 결정됩니다. 다시 말해, 고객이 원하는 물동량 처리 요구에 맞추어 최적의 조합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보급화 된 포트는 Conveyor Port와 Carousel Port이며, 출시 예정인 Relay Port는 B1 로봇과 조합할 경우 최대 650Bin/Hour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5) Controller
AutoStore 시스템을 총괄하는 Controller 역시 블랙박스 형식의 모듈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안에는 시스템 제어를 위한 핵심 S/W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로봇 간 동선을 실시간 통제하고, 주문 데이터에 따라 최적 계획을 구상합니다.
그리고 시스템 자율 운영을 위한 S/W 외에 Controller 내부에는 UPS(비상 전력 장치)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UPS 덕분에 예기치 않은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복구 시까지 데이터 손실 없이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AutoStore의 적용 분야와 장점
“Stop Airhousing, Start Warehousing (공기는 그만 저장하시고 상품을 저장하세요.)”
“Build for today, Expand for tomorrow (오늘을 위해 구축하고 내일을 위해 확장하세요.)”
AutoStore의 슬로건인 이 문구는 해당 설비의 가장 큰 장점인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확장의 용이함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간 활용 측면에서는 통로나 계단 등이 필요 없어서 전형적인 Bin Shelving 방식 대비 평균 60% 공간 효율이 있으며, 이를 통해 상품의 집약 보관이 가능합니다. 또한, 설비확장을 위해 가동을 멈출 필요가 없으며 확장을 위한 신축 건물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이는 건축, 설비 설치에 긴 시간이 소요되어 실기할 수 있는 사업 Risk를 조기에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입니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전자, 자동차 등의 중소형 부품들을 취급하는 고객들에게 AutoStore는 분명히 매력적일 수 있고, 사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향후 물동량 예측이 어려운 분야나 집약 보관이 요구되고 중간 빈도 출하 특성을 갖는 ‘e-Commerce’ 내 상품들에도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AutoStore의 많은 장점 중 타 설비와 비교할 때 두드러진 5가지 장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공간 집약성
작업자가 랙과 랙 사이를 오갈 필요가 없는 AutoStore는 그 어떤 ASRS보다 뛰어난 공간 집약성을 자랑합니다. 특히나 e-Commerce 시장에서 요구되는 다품종 소량 주문 처리를 위해 공간 활용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AutoStore의 Grid 보관 방식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부응합니다.
기존 물류 창고에 비해 최대 4분의 1까지 공간을 밀집함으로써 작은 부지로도 많은 SKU(Stock Keeping Unit, 재고 관리 단위) 보관이 가능합니다. 이 같은 사실은 토지 및 건물 임대료가 고가인 도심 지역에서도 물류 센터를 구축함으로써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 보안성
AutoStore는 상품을 보관하는 빈이 최대 16단(H 330mm Bin Type 기준)까지 쌓인 Grid의 4면을 벽으로 둘러쌈으로써 물품 도난을 원천봉쇄합니다. 로봇 및 시스템 유지보수를 위한 Service Area 또한 인증된 Super User만 접근이 가능하므로 고객은 재고 관리에 더욱 안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AutoStore 자체는 빈에 어떠한 물건이 담겨있는지 SKU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임의로 특정 빈을 인출, 반출하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중소형 및 고가의 제품들을 다루기에 적합합니다.
3) 모듈화
AutoStore는 크게 빈, Grid, 로봇, 포트 등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모듈은 다시 모델별로 세분화되는데 이를 통해 고객의 물동량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특히 Grid는 흔히 직육면체를 떠올리지만, 구축 공간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한 설계가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주사위 모양의 전개도 모형부터 중앙이 뚫린 모형까지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설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설계가 완성되면 자체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해 최적화된 레이아웃을 도출합니다. 이렇듯 Grid에서부터 로봇 및 포트 배치까지 기획 단계에서부터 최적화는 시작됩니다.
4) 독립성
독립적 모듈 방식은 유지 보수 및 확장성 측면에서 장점이 극대화됩니다. 만약 시스템 운영 중 로봇의 소모품을 교체하는 등 유지 보수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해당 로봇만 Service Area로 부름으로써 운영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에 AutoStore를 구축한 고객이 추가로 Grid를 확장하려고 할 때, 기존 센터 운영을 중단할 필요가 없고, Grid 확장 시공이 끝난 뒤 Controller에 반영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AutoStore는 모듈에 기반한 독립적 구성과 이에 대한 유연한 연계를 함께 가진 매력적인 솔루션입니다.
5) 최적화
AutoStore를 처음 접하게 되면 가장 큰 의문 중의 하나가 Grid 최하단에 위치한 빈을 꺼내기 위해 매번 Stack 구조로 위에 쌓인 빈들을 다 꺼내야만 하는가 입니다. 주문마다 Digging 작업을 반복하게 되면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포트에 있는 작업자가 바닥에 있는 빈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는 AutoStore의 핵심인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미리 해당 빈들을 Grid 상단으로 배치(Queueing)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포트에서 작업이 끝난 빈들은 Grid 상단에 적재되기 때문에 입출고가 잦은 SKU가 담긴 빈들은 지속적으로 상단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를 통해 입출고 빈도가 적은 빈들은 하단에 머무르게 됨으로써 자연스러운 도태에 의해 상, 중, 하 분포가 완성됩니다.
피킹 시작 전 약 30분 정도 Queueing 작업을 권고하지만, 입출고 작업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므로 사실상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에러 사항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봇과 포트를 포함한 AutoStore 전체 시스템은 자체적인 자가 진단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관리가 필요한 기능이나 모듈의 구성 유닛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한편, XHandle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에러 대처까지 스스로 진행합니다. 전 세계 AutoStore가 적용된 센터의 평균 가동률이 99.6%인 것을 보면 이러한 신뢰성을 더욱 높여줍니다.
AutoStore는 입고, 보관, 출고까지 수많은 물류 현장에서 개선하고자 하는 핵심 프로세스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이라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상온 상품을 관리 대상으로 했던 기존 방식에서 신선상품(냉장)까지 보관 영역을 확대하면서 앞으로의 활용 가능성이 더욱 기대되고 있고, 이는 스마트 물류 혁신을 고려하고 있는 사업자에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AutoStore는 노르웨이 물류 솔루션 업체인 하테랜드에서 개발해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슈퍼마켓체인인 ASDA 등에서 검증을 거쳤고, 현재 국내에서는 개발사와 사업 제휴를 맺은 LG CNS가 IT 시스템과 결합한 AutoStore 솔루션의 공급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최근 롯데슈퍼 온라인 물류센터 구축을 주도한 바 있으며, 물류 혁신을 요구하는 다양한 고객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글 l LG CNS 스마트물류사업담당